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말이 좋아 곤충(昆蟲)이지 사실 ‘벌레’라고들 다 부른다. 벌레는 하찮고 귀찮고 징그럽고 위험하고 쓸모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노르웨이의 곤충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이 쓴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는 곤충에 대한 그 같은 통념을 깨트리는 책이다. 저자는 노르웨이생명과학대(NMBU) 보전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은 밀리미터 단위에서 펼쳐지는 곤충의 독특한 생활사와 놀라운 능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농사짓고 가축 치는 개미, 노래로 먹이를 유인하는 베짱이, 은하수를 따라 걷는 쇠똥구리, 동료에게 기술과 전략을 가르치는 벌을 보며 경이와 감탄을 연발하는 사이, 곤충에 대한 선입견도 차츰 바뀐다.

저자는 먼저 곤충의 역사와 규모를 언급한다.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지는 20만 년. 이에 반해 곤충은 무려 4억7900만 년이나 된다. 곤충은 공룡도 피해가지 못한 대멸종을 무려 다섯 번이나 겪고 살아남았으며 현재 지구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인구 한 명당 2억 마리가 넘는 곤충이 있고 최대 1경 마리의 곤충이 우리 주변에서 날아다니고 기어 다닌다.

이어서 저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곤충의 특이한 생태를 눈에 보는 듯 생생하게 풀어 설명한다. 푸른 실잠자리가 쌍으로 날아다니는 건 사실 로맨틱한 장면이 아니다. 수컷이 암컷의 목덜미를 붙들고 암컷이 알을 낳을 때까지 다른 경쟁자와 짝짓기를 못 하게 쫓아다니는 과정인데 좋게 말하면 경호고, 나쁘게 말하면 스토킹이다. 말벌은 무당벌레를 좀비 베이비시터로 만들어 자기 새끼가 장기를 파먹게 하거나, 바퀴벌레를 독으로 마비시킨 뒤 자기 새끼한테 던져버린다.

그러나 저자의 목적은 이 같은 ‘막장 드라마’의 폭로가 아니다. 고도 6000m가 넘는 뜨거운 온천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았던 곤충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 색을 갖도록 천태만상으로 진화했다.

그 결과로 눈은 엉덩이에, 귀는 다리에, 혀는 발에 달린 희한한 것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났다. 저자는 그처럼 진화한 곤충이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한지 일깨워준다.

중국에 들어선 ‘바퀴벌레 공장’에 서식하는 10억여 마리의 바퀴벌레는 하루에 55t의 음식물 쓰레기를 속속 처리한다. 갈색거저리 유충인 밀웜이나 꿀벌부채명나방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을 빠르게 먹어 치운다. 수시렁이나 꿀벌은 노화과정을 제어해 향후 치매 연구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꽃가루받이, 유기물 분해, 토양 형성에는 곤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곤충은 이 세계가 돌아가게 해주는 자연의 작은 톱니바퀴다”라고 말한다. 288쪽, 1만6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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