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재배 농장 격인 할리우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는 천변만화하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다양한 인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병종, 할리우드-실재와 환상 사이의 숲, 20×53㎝, 종이에 혼합재료, 2019)
영화의 재배 농장 격인 할리우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는 천변만화하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다양한 인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병종, 할리우드-실재와 환상 사이의 숲, 20×53㎝, 종이에 혼합재료, 2019)

시간의 연금술, 할리우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삶은
어두운 밤하늘의 유성(流星)
혹은
화롯불에 떨어지는
눈꽃 한 송이
그리고 사랑은
그 위로 번지는
눈물 한 방울
지는 꽃 설워 마라 했지만
그 덧없음의 시간을 이겨내려면
우리들의 삶이 얹힐 이야기가 필요해
대신 울어줄 누군가도 필요해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배트맨
울음보다 깊은
웃음을 토해내는 조커도 필요하고말고.
내 몸을 빠져나간
어두운 마음이 쉴 수 있는
무지개 동산이 필요해
가짜 위안이면 어때
가짜 무지개라도 좋아.
슬픔과 허무를 잠재울 수만 있다면
그 판타지 무지개와 나무 아래 누울래.
가도 가도 먼 길이 너무 고달파질 땐
꿈꾸는 나니아 연대기라도 적어볼래.


에티트 피아프의 고엽을 밟으며
생제르맹데프레를 걸어 볼 수도 있지
오지 않은 연인을 기다리며
카사블랑카의 찻집인들 못 찾아갈까
어쨌거나 삶을 회색빛 그대로 두어서는 안 돼
우리에겐 너나없이 이야기, 이야기가 필요해
시간이 페인트 부스러기처럼 갉아먹어 들어오게 두어서는 안 되고말고
그러니 청춘을 연장시키는
시간의 연금술을 좀 부려 보자고
이 세상 흘러간 것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
추억의 백화점을 좀 꾸려 보자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그 만화경 속에 발을 디디면
인생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삶은 더 이상 고달프지 않아
천사가 떠나간 도시이긴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신성한 숲
늙은 사내는 전당포를 지키고 있고
‘용서받지 못한 자’는 무법자가 되어
늦은 저녁
황야로부터 돌아오지.
오래전
집을 떠나온 여자는
흐느껴 울며 다시 가방을 꾸리고,
검은 외투의 중년 사내는
흔들리는 불빛 아래에서
마티니를 마셔.
시간을 한없이 늘려 놓은
이 기이한 영토 속에는
오늘도 째깍째깍
시간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거꾸로 가는 또 다른
시계가 흐르고 있어.
또 다른 인생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한없이 풀려나오는 시계.



⑮ LA 유니버설 스튜디오

산 중턱의 하얀 할리우드 문자
울음보다 웃음 토해내는 ‘조커’
카우보이모자 눌러쓴 ‘무법자’

수없이 떠오르는 필름 스토리
LA는 할리우드 키드의 ‘聖地’

이젠 폭력·마약에 찌들었지만
여전히 어른들의 ‘디즈니랜드’


남쪽의 작은 읍에서 자란 나는 한국판 할리우드 키드였다. 두 곳의 영화관을 그야말로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가끔은 포스터를 구해 방에 붙여놓고 따라 그리기도 하고 영화의 소감을 글로 적어 두기도 했다. 삼십 분만 걸어도 끝에서 끝이 나오는 무료하고 뻔한 곳에서 영화는 내 상상지도를 무한 확장시켜 준 셈이었다.

나중에 뉴욕, 파리며 중동과 남미, 심지어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마저도 언뜻언뜻 언젠가 와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이 들었던 것도, 소년 시절 영화관에서 살다시피 했던 이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제작소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그래서 내게는 성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꿈의 도시 로스앤젤레스가 점차 로스트앤젤레스의 도시로 바뀌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실제로 폭력, 마약, 총기사건 같은 굵직한 사건 사고 소식이 들려올 때면. 따뜻한 햇볕, 바쁠 것도 없는 느슨한 거리, 그리고 평화 투성이의 모습을 한 이 축복받은 도시가 사실은 천사마저 떠나간 도시라는 생각이 스치고 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산 중턱에 내어 걸린 하얀 할리우드 문자판을 볼 때면 그 신성한 숲이 가르쳐준 전혀 신성하지 않은 필름 스토리들이 떠오른다. 얼마 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원스어폰어타임 인 할리우드’가 개봉되었다. 1969년 판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일종의 다큐처럼 찍은 이 영화에서는 명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배우 샤론 테이트가 소환되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리샤오룽(李小龍) 꼭 닮은 대역 배우가 괴성을 지르는 특유의 무술을 보인다.

‘무법자’ 시리즈를 제작했음직한 세트장의 거리로는 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타고 건맨들이 들어오고 카우보이모자를 눌러쓰고 술통에 발을 올린 ‘장고’ 닮은 사내와 금방 한판 붙을 태세다. 영화는, 저 때가 좋았어, 컴퓨터 장난 없이 스턴트맨을 쓰던 저 때, 촬영이 끝나면 주연 배우와 스턴트맨이 함께 어울려 바를 찾아서 잔을 부딪치며 하루치의 피로를 풀어내던 저 때 말이야. 박수와 환호에 묻혀 청춘을 모두 바친 저 때, 저 따스한 아날로그의 시대. 이제는 소품들마저 그리워진다니까. 식으로 풀려가는 성싶었다.

그러나 웬걸 이 할리우드 다큐 풍의 영화는 문제적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답게 엉뚱한 반전을 일으킨다. 주인공이 허접한 아마추어 청년들에게 예기치 않은 총기 습격을 받은 것. 그들은 마치 영화 속의 배우처럼 순간적 모방범죄 비슷한 것을 벌인 것이다.

피바람이 불고, 주인공은 집에 보관해 두었던 촬영용 화염방사기까지 들고나와 청년을 불태워 죽이는 등 아수라장이 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총질을 해대며 젊은이는 외친다. 우리는 TV에서 당신들이 이렇게 하는 짓밖에는 보고 배운 게 없다고. 그러고 보면 ‘원스어폰어타임 인 할리우드’는 옛 할리우드를 그리워한다기보다는 할리우드 영화를 고발하는 편에 가깝다.

할리우드에서 얻은 것과 할리우드 때문에 잃어버린 것을 정산해보자는 식이다. 영화는, 영화적 상상력이 그대로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 대체 누구 탓이냐고 묻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잃어버린 사진첩의 흑백사진들이다. 우리 세대 할리우드 키즈들의 만화경이다. 팍팍한 세월의 출구이고 영원한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다.

화가·서울대 명예교수


세계에서 4번째로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영화 세트장, 엔터테인먼트 센터, 스튜디오 센터 등으로 이뤄진 이곳에 숱한 영화 팬이 몰린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세계에서 4번째로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영화 세트장, 엔터테인먼트 센터, 스튜디오 센터 등으로 이뤄진 이곳에 숱한 영화 팬이 몰린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 심슨·쥬라기공원·해리포터… 압도적 퀄리티에 ‘영화 속’ 들어온듯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1912년에 설립된 미국의 영화 제작사로, 세계에서 4번째로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으며 본사 사무실은 뉴욕에 있다. 유명 영화의 세트장과 일종의 놀이공원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센터, 스튜디오 센터, 스튜디오 투어 3가지 코스로 나뉘어 있다.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스튜디오 투어다. 일본·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와는 다르게 실제 할리우드 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 트램 버스를 타고 영화 세트장을 돌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킹콩, 죠스, 뉴욕 브로드웨이 등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스케일과 퀄리티가 대단하다.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실제 폭발음은 물론이고, 화려한 시각적 효과들이 관람하는 내내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그래서 허다한 단체 여행객들이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한다. 미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심슨 테마파크부터 쥬라기 공원, 트랜스포머, 그리고 해리포터까지 어린아이와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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