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217호인 어린 산양이 11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댐 인근 야산에서 올무(빨간 원 안)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천연기념물 217호인 어린 산양이 11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댐 인근 야산에서 올무(빨간 원 안)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 환경부 ‘포획 규정’ 변경

“수일간 고통 시달려” 비판에
동물 ‘생명 존엄성’ 첫 명문화
엽총·활·포획틀 등으로 제한
총기 금지된 민통선 이북 예외


‘비인간적·비동물적인 올무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정부가 야생동물을 포획·사냥할 때 ‘올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동물의 생명 존엄성을 인정하는 명문화된 사실상의 첫 규정이다.

26일 환경부는 야생동물 포획 때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중 올무를 제외한 ‘유해야생동물 포획도구에 관한 규정’을 고시했다. 이호중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야생동물일지라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가도록 하는 것은 생명가치 존중 측면에서 피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고시 제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올무를 놓는 관행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로 시행되는 규정에 따라 정부가 허가하는 유해야생동물 포획 도구는 △엽총, 공기총, 마취총, 석궁(도르래 석궁 제외), 활, 포획틀·장, 위성항법장치(GPS)가 부착된 포획트랩 △환경부 장관이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인정한 그 밖의 포획 도구로 제한된다. 다만, 포획 시 총기 사용을 금지하는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에서는 올무를 사용할 수 있다. 올무가 불법 포획 도구에 포함되면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9조(벌칙) 1항에 따라 사용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올무는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별도 규정이 없어 그동안 시장·군수·구청장의 별도 허가를 받으면 포획 시 사용이 가능했다. 정부는 1994년 9월 조수 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유해 조수(鳥獸) 포획 시 올무 사용을 허가했다. 2005년 2월 시행된 ‘야생동·식물보호법’에서도 예외 사용을 인정했으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제명이 변경된 이후에는 행정 차원의 ‘포획업무 처리지침’에서만 포획도구 중 올무가 삭제되는 수준에 그쳤다. 철사로 만든 올무에 걸린 야생동물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부러지는 등 수일간을 극한의 고통에 시달리다 대부분 탈진해 죽게 된다. 최근까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지리산 반달가슴곰 다섯 마리가 올무에 걸려 폐사했으며,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세 마리도 올무와 유사한 불법 사냥도구로 인해 죽었다.

유럽연합은 28개 회원국 중 영국과 프랑스 등 5개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야생동물 포획용 올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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