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고성 ‘연말연시의 맛’ ①
- ‘이선장’ 복요리
1년 식재료 한번에 제철 구매
쫄깃한 육질에 씹을수록 단맛
- ‘백촌막국수’
고명을 반찬처럼 따로 내서
국수 위에 놓고 감아서 먹기
- ‘팬플레이’ 파스타
올리브향 진한 ‘알리올리오’
바다향 ‘새우날치알 뽀모도로’
- ‘크래프트 루트’ 수제맥주
자몽·멜론 등 입맛에 따라
자가 공장 바로 옆에서 즐겨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동해와 설악산, 항구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강원 속초시와 멀리 고성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지난 4월 이곳에서 꽤 가깝게 보이는 영랑호 근처까지 화재가 있었고, 고성으로 가는 도로 인근 곳곳의 산자락마다 나무숲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곳 사람들은 상처를 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 여행을 위해 지난 주말 속초와 고성을 방문했다.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복요리와 대게요리로 유명한 ‘이선장’이 있는 동명항으로 향했다. 이곳의 대표인 이득복 셰프는 속초에서 식당을 열기 전 12년 동안 부산의 유명한 복집에서 경험을 쌓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동명항에 공인 복요리와 대게요리 전문점을 열었다. 2019년 4월에 문을 열어 아직 1년도 안 된 곳이지만 이미 현지 미식가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음식의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복어, 곱창김, 다시마 등 1년 동안 사용할 모든 식재료를 제철에 한꺼번에 구매한다. 복어의 경우 바다에서 잡자마자 배에 있는 냉동고에서 영하 50∼60도로 ‘선동’한 최고 품질의 재료를 확보한다. 이 대표는 “1년 치 물량을 한꺼번에 구입해 재료를 확보하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래야 제철에 가장 좋은 복어를 선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가격에 손님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집의 복지리탕은 따뜻한 국물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뚝배기를 다시 다른 그릇에 넣어서 제공하는데, 보다 맛있게 즐기려면 일단 맛있는 국물을 맛본 후 복어살을 유자폰즈소스에 찍어 먹는다. 복지리탕에서 콩나물, 팽이버섯, 미나리 등 야채를 건져내 따로 제공된 그릇에 담고, 이 집의 별미인 ‘톳밥’을 반 정도 넣은 후 초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 먹는다. 더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유자폰즈소스에 비벼 먹어도 된다. 나는 은은한 유자폰즈소스에 비벼낸 톳밥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그리고 남은 톳밥은 온전히 복지리탕의 국물과 자극적이지 않고 순한 맛들의 반찬 양파초절임, 두부조림, 코다리조림, 직접 담근 배추김치 등과 함께 먹는다.
유자폰즈소스와 초고추장도 직접 만드는 듯 맛이 예사롭지 않아 이 대표에게 물었다. “초고추장도 직접 만드는 데 숙성이 필요해 1년 치를 복어육수와 매실진액을 넣어 만듭니다. 매실을 숙성시켜 직접 만든 매실주도 넣지요. 그리고 폰즈소스를 만드는 유자는 고흥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단단하고 향이 은은하면서 깊은 맛이 있습니다. 육수를 만드는 다시마는 트럭을 가지고 직접 부산 기장에 가서 1년 치를 미리 구매하는데, 여러 장 겹쳐서 말린 것을 사용해 육수를 냅니다. 재료가 신선하면 음식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됩니다.” 재료의 신선함을 강조하는 이 대표는 간마늘도 구매하지 않고 통마늘을 가게에서 직접 갈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참복이 가장 좋습니다. 육질이 쫄깃하면서 부드러우며 씹을수록 단맛이 납니다. 끓이면 국물도 뽀얗고 육수 맛도 시원하지요. 육질 자체가 쫄깃해 회는 접시의 그림이 비칠 정도로 얇게 뜹니다. 참복은 6시간 해동 후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언제나 예약에 의해 음식을 준비합니다.” 이 대표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 안주인은 손님을 맞으며 세세히 음식 설명을 잘해준다. 음식을 알고 먹으면 맛도 좋은 법. 이곳에 방문하면 꼭 안주인과 대화하며 음식 즐기기를 권한다. 냉동하지 않는 살아 있는 생복요리를 즐기고 싶은 미식가들은 이 대표와 전화 예약을 통해 상의하면 된다.
고성 화진포로 가던 길에 꼭 들러보고 싶었던 막국수 집이 있어 방문했다. ‘백촌막국수’가 그곳이다. 이곳의 막국수 면은 매우 가늘고 메밀향이 고소하다. 고명을 찬처럼 따로 낸다. 코다리 무침, 백김치, 열무 잎 김치 등을 모두 국수 위에 고명으로 올려놓은 후 면과 함께 감아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동치미 국물도 막국수에 최적화돼 있어 면에 넣어 다른 재료들과 섞어 먹어야 맛있다. 매콤한 코다리무침은 막국수 전체의 중심이자 간을 지배하고 있다. 동치미 국물 없이 즐기다 점점 동치미 국물 양을 늘려가면서 목 넘김과 간의 다양함을 즐겨 보았다. 작은 마을에서 즐기는 막국수는 미식여행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소박한 모양의 국수와 코다리무침과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아직도 생각난다. 다만, 이곳은 너무 유명해져 시간대를 잘 잡아가지 않으면 대기 시간이 꽤 길다.
다시 속초로 돌아오는 길. 현지 재료를 이용해 파스타를 만드는 ‘팬플레이’가 있는 시내 먹거리 7길로 향했다. 서울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청담동에서 경험을 쌓은 박대영 오너셰프는 고성이 고향인 영양사 출신의 부인과 결혼 후 고성에 정착했고, 속초에서 파스타 전문점을 열었다. 박 셰프는 “청담동에서는 고급음식을 주로 만들었지만 속초에서는 로컬 재료를 사용해 좀 더 편안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추천으로 가장 인기 있다는 ‘알리올리오’와 ‘새우날치알 뽀모도로’ ‘관자 오징어먹물 리조또’를 주문했다. 파스타 면의 익힘 정도는 특별히 주문하지 않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알덴테’ 상태보다 좀 더 익혀 나온다고 설명해 주었다. 알리올리오는 마늘 편을 올리브 오일에 구워내 재빨리 면을 익혀냈고 올리브 향의 풍미가 진했다. 새우날치알 뽀모도로는 바다향이 은은하게 녹아들어 있었고, 관자 오징어먹물 리조또는 먹물향이 버터향과 어우러져 오징어 먹물향이 은은하고 부드럽게 균형을 이뤘다. 병째 나오는 오이피클은 산도가 적당해 부담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한 양으로 배려했다. 다만 함께 나오는 빵이 좀 아쉬웠지만 좋은 파스타 전문점을 여행지에서 만나니 메뉴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복요리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이선장’(033-638-2580)은 속초시 영금정로 24-1에 위치해 있다. 1년 내내 같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복 지리탕의 가격은 참복 2만2000원, 까치복 1만5000원, 밀복 1만3000원. 참복탕의 경우 예약해야 한다. 그 외 복살 비빔밥 1만 원. 물회 1만5000원.
면발이 가는 막국수로 유명한 ‘백촌막국수’(033-632-5422)는 고성군 토성면 백촌1길 10에 위치해 있다. 막국수 8000원, 편육 2만 원. 주말에는 식사시간을 피해 가는 것이 좋다. 가성비 좋은 파스타를 즐기기 좋은 ‘팬플레이’(033-636-6213)는 속초시 먹거리7길 13(교동)에 위치해 있다. 알리올리오 1만1000원, 새우날치알 뽀모도로 1만2000원, 하우스 샐러드 5000원, 풍기트러플샐러드 1만 원, 관자 오징어먹물 리조또 1만3000원.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 루트’(070-8872-1001)는 관광로 418에 위치해 있다. 동명항 페일에일, 설(雪)IPA, 속초 IPA 모두 7000원. 필스너, 바이젠, 페일에일, IPA 종류, 스타우트 등 220㎖ 여섯 가지 대표 맥주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샘플러는 2만4000원. 주차장이 여유 있어 아침까지 차를 주차시킬 수 있다.
본문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영랑호 경치와 풍미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 ‘보드니아’(070-4238-2046)는 영랑호반길 569에 위치해 있다.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원두의 핸드드립 커피 5000원. 바리스타의 추천 계절 블랜딩 커피 ‘겨울나그네’ 5000원.
고성의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바다정원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033-636-1096)은 고성군 버리깨길 23, 속초와 고성군 경계 해변에 위치해 있다. 대형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어 주차 후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인근 바닷가를 거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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