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실기업 구제 손놔

빚을 갚지 못하고 신규 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중 간 무역분쟁, 급속한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민영기업이 주로 휘청이고 있다. 그동안 암암리에 부실기업을 구제해왔던 중국 정부는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다. 27일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디폴트 규모는 1300억 위안(약 21조5600억 원)에 이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집계치로는 1600억 위안(26조5696억 원)으로 더 많다.

디폴트는 중국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기업 이익이 줄어들고 부채 비율이 높은 민영기업들 중심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막지 못하면서 속출하고 있다. 안후이(安徽)성에 위치한 민간 종합건설사가 지난 24일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 3억8000만 위안의 이자를 내지 못하고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 회사는 그동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따라 탄자니아와 짐바브웨, 베트남 등에서 인프라 건설을 해왔다. 이 건설사처럼 정부 사업과 관련한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허허하오터(號和浩特) 경제기술개발구투자개발구는 6일 원금과 이자 상환을 지연했다. 자산 규모가 78조 원에 달하는 톈진물산도 지난달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했다. 한 외국계 은행 간부는 “(정부가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을 구제하는) ‘암묵적 정부 보증’이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 정부도 숨은 채무에 시달리고 있어 ‘암묵적 보증’을 설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폴트는 내년부터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과거 발생한 회사채 만기가 2020∼2022년 가장 많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2020년 상환액이 4200억 달러로 올해보다 조금 줄었다가 2021년 6300억 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내년 신용 리스크 감시를 확대하고 상환 의무를 피하려는 행위를 적극 단속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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