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기업들 연말 풍경
종무식·시무식도 ‘간소화’


경기 부진과 이에 따른 대대적 구조조정 등 차가운 한파가 몰아친 영향으로 올해 재계의 연말 풍경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식 송년회를 생략하거나 다른 행사로 대체하는가 하면, 종무식과 시무식을 간소화하는 등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분위기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은 공식 종무식과 송년회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한다. 특히 LG그룹은 30여 년간 진행해오던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앴다. 내년에는 온라인으로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포스코도 올해 지난해와 같이 종무식을 따로 하지 않고 신년 1월 2일에 시무식으로 합쳐서 진행한다.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던 송년회도 간소해지고 연말 휴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송년회를 의무가 아닌 개인 자율에 맡기고 간소하게 진행했다. 직원들이 연말과 연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연차를 활용한 겨울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매니저들에게는 1월 2∼3일 이틀을 휴일로 인정, 주말을 포함해 5일간의 연휴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 역시 크리스마스 전후로 샌드위치 휴가 사용 방침에 따라 상당수 직원이 23, 24일에 쉬었다. LG그룹은 별도 종무식 없이 지난 20일 종무했다.

송년회를 술 대신 문화행사로 대체하거나 정장 차림의 형식을 벗어던지는 등 신(新) 풍속도도 생겨났다. LS그룹은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 로비에서 송년회 대신 임직원과 외부 관객을 초청해 ‘송강음악회’를 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장 대신 빨강, 파랑 등 원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파격적인 드레스코드로 송년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140여 명의 임원들은 모두 알록달록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권위를 내려놓고 보다 젊은 혁신을 일궈내자는 취지를 담아 2020년 사업 결의를 다졌다.

구조조정 중인 기업들은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올 한 해 가장 어려웠던 디스플레이, 항공업계는 실적 한파에 송년회 등을 조촐하게 치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의 한파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왁자지껄한 송년회 풍경이 사라졌다. 3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지난 11월 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20% 넘게 임원을 줄인 데 이어 최근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하는 중이다. 항공업계는 연말 회식이 거의 사라졌다. 종무식도 몇 해 전부터 본사 차원에서는 하지 않은 채 지점별로 간소하게 치르는 중이다.

이은지·김성훈·권도경·곽선미 기자 eun@munhwa.com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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