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반딧불이 되어주신 외할아버지께.
지금은 제 옆에 계시지는 않지만요. 함께했던 12년 동안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감사함을 표현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편지로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저에게 많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 저는 외할아버지를 닮아서 잠도 엄청나게 많고,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잠이 많다는 점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선 저에게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 주셨고요. 그렇게 많은 점을 본받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친할머니 댁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밭일을 하러 나가셔서 나연이와 둘만 집에 남겨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외할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전화를 드려서 외할아버지께서 데리러 오신 적이 있었죠. 어릴 때라 정말 무서웠는데 외할아버지께서 데리러 와주셔서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은 외할아버지께서 운전하시다가 전봇대에 차를 박으셔서 사고가 나신 적이 있었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조금만 다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조차 주시지 않고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그동안 저와의 추억을 많이 쌓아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외할아버지께서 꿈에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제 꿈속에 찾아오셨습니다. 그 꿈속에서 외할아버지께서는 폭탄을 몸에 달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문을 쾅 닫아버렸고, 폭탄은 그렇게 터져버렸습니다. 그 꿈을 꾼 뒤로 제가 외할아버지를 두 번 돌아가시게 했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럴 거면 차라리 꿈에 나오시지 말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외할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어졌고, 그렇게라도 봐야 삶이 더 행복해질 것 같아 다시 기도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침내 저의 꿈에 찾아와 주셨더라고요! 그때 저랑 사진도 찍고 조금의 추억을 더 만들고 가셨습니다. 꿈속에서 갑자기 사라지셔서 너무 슬펐지만 외할아버지를 만났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저의 꿈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외할아버지와 너무 가깝게 지낸 나머지 외할아버지에게 심한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다 받아주시고 제가 슬플 때마다 장난쳐서 웃게 해주셨어요. 또 외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셔서 그렇게 힘든 제 인생에서 힘이 되어 주시고, 어두운 인생에서 밝은 빛이 돼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런 외할아버지가 제 외할아버지셔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이번 생에 저를 잘 챙겨주느라 고생하셨으니까 외할아버지가 제 손자로 태어나주세요. 아니, 그냥 지나가다 잠깐 스치는 그런 인연으로 만나요. 외할아버지를 또 고생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