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랩’의 뷰인터
수십만개 영상 데이터 학습
머신러닝 아닌 딥러닝 활용
LG 올하반기 공채 전격도입
“시간·비용 절약 도움” 선호
공정한 블라인드 채용 가능
‘우울증 파악’ 신기술 개발중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양모(여·29) 씨는 최근 ‘인공지능(AI)면접 대비특강’을 찾아다니며 듣고 있다. 대학생 당시 취업 준비를 하던 때와 달리 지난 4년 새 ‘면대면 면접’에서 ‘AI면접’으로 채용 시장이 바뀌면서 AI면접을 봐야 하는 곳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 씨는 “처음 취업을 준비하던 4년 전만 해도 사람인 면접관을 예시로 두고 ‘면접 스터디’를 했는데, 이제는 컴퓨터를 앞에 두고 AI면접 연습을 몇 번이고 하고 있다”며 “낯설기도 하지만, 연습을 통해 잘못된 습관이나 표정 등을 AI가 잡아주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면접관보다는 어느 정도 대비를 할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AI면접을 도입하면서 ‘표정 및 음성 인식’ AI 기술 시장이 함께 전성기를 맞고 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2019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AI영상면접을 도입하면서 AI면접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AI면접을 도입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 절약이 가장 큰 이유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에 AI영상면접 솔루션을 제공한 곳은 다름 아닌 소규모 스타트업 ‘제네시스랩’이다. 제네시스랩은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가 투자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랩은 취업·채용, 진학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비디오 AI면접 솔루션을 개발한 기술 스타트업으로, 제네시스랩의 ‘뷰인터’는 면접 영상을 찍으면 이를 AI가 분석해 평가해주는 서비스다. 표정, 목소리, 제스처 등을 통합 분석하는 멀티모달 감정 인식 기술을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

“‘특정 단어를 5번 이상 말하면 이 사람은 영업맨 스타일이다, 혹은 특정 단어를 몇 번 말해야 합격이다’ 이런 것은 낡은 스타일이에요. 이런 방식으로 AI면접을 오해하는 분이 많은데 이것은 ‘머신러닝’이라고, 특정 틀에 맞춰 판단하는 것인데 이제는 쓰지 않아요. 저희가 쓰는 AI영상면접은 올바른 데이터와 평가자를 기반으로 학습시키는 ‘딥러닝’ 방식을 이용합니다. 지원자가 얼마나 호감 있게 말하는지, 적극적으로 자신감 있게 말하는지 등을 AI가 분석해 줍니다. 이때 저희의 고유 기술인 얼굴 검출부터 시선 처리, 머리 움직임, 표정 인식 및 다양한 전처리 기술들이 활용됩니다.”
AI면접이 잡아내는 것은 다름 아닌 지원자의 태도(attitude)다. 이 대표는 “면접에서 사람을 판단할 때 내용적인 것 이전에 목소리나 얼굴 표정, 말투 등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며 “수십만 개의 영상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한 AI가 어떤 지원자가 밝고 소신 있고 자신 있게 말하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구직자들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AI면접 도입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모 기업에서 면접관들이 뽑은 1위 지원자와 AI가 추천한 1위 지원자가 같은 결과가 나오는 등 AI면접의 ‘효용성’이 확인되자 업계에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
이 대표는 AI면접은 오히려 기술 발전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구직자들에게 ‘면접 기회’가 더 주어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AI면접은 구직자들의 기회를 뺏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간과 예산 문제로 많은 지원자가 면접조차 볼 수 없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모두가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어요. 스펙을 가리고 지원자 자체를 먼저 평가할 수 있는 진정한 블라인드 채용, 공정한 채용이 실현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AI면접에 쓰이는 기술은 ‘얼굴 표정 및 음성 인식’ 기술로, 이를 ‘감정 인식’으로까지 연결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기술이 AI면접에 가장 먼저 쓰이고 있지만, 향후 표정과 음성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는 솔루션으로 활용되는 등 기술 반경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랩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사람들의 웃음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해 행복지수를 나타내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느끼는 호감도를 알 수 있는 렌즈, 우울증 증세를 파악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 등 표정 및 음성 인식 기술이 쓰일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AI면접 솔루션을 기업에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내부 직원 관리 차원에서 우울증 등 직원들의 감정을 파악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