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소비자물가 상승률 0.4%… 54년만에 최저

통계청, 연간 동향 발표
디플레 공포 갈수록 커져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0.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4%로 1965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54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를 제외하고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 미만이었던 때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0.8%)과 국제유가가 크게 내려 석유류 가격이 폭락했던 2015년(0.7%) 등 두 번밖에 없었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유는 수요 측면의 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측면에서 농축수산물·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 효과(기준 시점의 통계치가 너무 낮거나 높아 큰 비교차가 발생하는 현상)와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 영향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간 품목별 기여도를 보면, 농축수산물(-0.13%포인트), 석유류(-0.26%포인트), 공공서비스(-0.07%포인트) 등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양호한 기상 여건과 사육두수 증가 등으로 공급이 늘었고, 공업 제품은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무상교복 확대 등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공서비스 가격은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적용 등 복지 정책 확대와 통신요금 인하(약정할인 가입자 증가) 등으로 떨어졌다. 개인서비스의 경우 외식(생선회, 학교 급식비 제외)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며,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따라 보건 관련 서비스 가격은 하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이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디플레이션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전조가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