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공격 배후로 즉시 이란 지목해 미·이란 갈등 최고조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습격사태 대응을 위해 즉각대응군(IRF) 병력 750명을 급파하고 추가병력 파견 채비를 하는 등 무력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미 대사관 공격 발생 직후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미·이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31일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제82 공수사단의 IRF 보병대대를 파견하기로 인가했다”며 “IRF와 별개로 다른 병력도 수일 내 파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병 결정은 미 직원과 시설에 대한 위협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이며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제82 공수사단에서 최소 500명이 이미 쿠웨이트로 이동 중이며 4000명 규모의 낙하산 부대원이 수일 내에 군장을 챙기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라크에는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모두 5000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미국이 병력 추가배치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이날 미 대사관을 공격한 시위대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 습격 발생 직후 트위터를 통해 “오늘 이란은 이라크의 미 대사관 공격을 조직했다”며 “그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즉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뻔뻔한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이날 오전 바그다드 그린존(안전지대)에 위치한 미 대사관 앞에는 시위대 수천 명이 몰려 반미 구호를 외치고 성조기를 태웠다. 이후 시위대 중 수십 명이 5m 높이의 대사관 철문을 부수고 공관 내로 진입해 입구에 불을 질렀다. 당시 일부 군중은 최근 미군 공습을 받은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KH)의 군복을 입고 있었으며 KH 고위급 인사와 이라크 정부 고위 관리도 목격됐다. 대사관 경비를 맡은 미 해병대는 최루탄 등으로 대응했으며 이라크 군경이 뒤늦게 시위대 해산에 나서면서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대는 방호벽이 여러 겹 처진 대사관 중심부까지 도달하지 못했으나 밤늦게까지 해산하지 않았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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