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삼성생명 9개 건물 앞끊임없이 민원 제기되던 지역
영등포구, 금연구역으로 지정
사유지로는 최초… 단속 개시

오투타워 앞 등 2곳에 ‘흡연실’


항상 담배 연기가 자욱해 ‘너구리굴’이라 불려 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골목 일대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2일부터 단속에 들어갔다.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는 여의도 증권가 골목 일대를 금연구역으로 운영하고, 흡연 부스 두 곳(사진)을 설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금연구역을 사유지에 조성한 것은 전국 최초다.

여의도 증권가 골목은 영등포구 여의동 한화손해보험·유화증권 건물부터 신한금융투자·삼성생명까지 이어지는 9개 건물에 둘러싸인 폭 3m, 길이 200m의 좁고 긴 거리이자 사유지다. 해당 지역에는 마땅한 흡연공간을 찾지 못한 증권사 직원들이 몰려 늘 담배 냄새가 가득해 인근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으나, 사유지이기 때문에 구에서는 단속 권한이 없어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구는 지난 2018년 말 조례를 개정해 공개공지 및 연면적 5000㎡ 이상 대형 건축물 등의 사유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초에는 지역 내 대형 건축물 285곳에 금연구역 조성을 독려하는 우편물을 보내 수요를 조사했다.

구는 여의도 증권가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만들고자 골목 주변 건물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별도 흡연실을 설치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이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구는 지난해 3월 증권가 직원들에게 해당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데 대한 설문조사를 했고, 대상자의 80%가 찬성했다.

구는 이러한 설문 결과를 건물 관계자 등과 공유하며 꾸준한 면담과 설득을 이어간 끝에 이날부터 해당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게 됐다.

구는 금연구역 지정과 더불어 흡연권 보장을 위해 한화손해보험빌딩·오투타워 앞 2곳에 흡연 부스를 설치했다. 구는 이날부터 해당 골목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며, 흡연 적발 시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한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그동안 악명 높았던 ‘너구리굴’이 이제는 흡연인과 비흡연인의 상생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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