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등록번호 변천사
1962년 주민거주 파악용 법제정
196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10101-100001 첫 번호 받아
1968년 주민 거주·인구동태 파악위해 주민등록법 시행령 개정…1975년 안보상 목적으로 생년월일·성별·지역번호 13자리로 변경
상반기중 시행규칙 개정해 번호자동부여기능 시스템 구축…“성별 표시 번호도 없애야” 주장도
한국인이면 누구나 출생신고와 동시에 주민등록번호를 받는다. 만 17세가 되면 동 주민센터로 찾아가 지문을 찍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닌 의무로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 통지 후 1년 안에 발급받지 않으면 5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줄여서 ‘민증’이라고도 부르는 주민등록증의 핵심 구성 요소인 주민등록번호 체계가 45년 만에 바뀐다. 행정안전부는 지역번호 대신 임의번호를 주는 방식의 새 주민등록번호 부여체계를 오는 10월부터 적용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개편은 주민번호 뒷자리 첫 번째 숫자인 ‘성별’은 그대로 둔 채 나머지 6자리를 임의번호로 부여하는 게 골자다. 기존 주민등록번호는 그대로 사용한다.
현행 주민등록번호는 1975년 이래 앞부분에 생년월일, 뒷부분에 성별, 지역번호 등을 포함한 총 13자리로 부여되고 있다. 성별 한 자리, 읍·면·동 고유번호 네 자리, 신고 순서에 따른 일련번호 한 자리, 검증번호 한 자리가 현행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구성 요소들이다. 앞으로는 지역번호, 일련번호, 검증번호를 없앤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정 지역 출신에 대한 차별 논란, 새터민(탈북민)에게 특정 지역번호를 부여하는 데 따른 문제, 생년월일과 출신 지역을 아는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는 문제 등이 체계 변경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출신 지역을 알아낼 수 있다는 부분은 그간 논란이 컸다. 취업 때 특정 지역 출신자를 배려 또는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터민에게 부여하는 특정 지역번호 ‘25’를 우연히 받아 국외 비자 발급이나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도 나왔다. 25는 김포, 안성, 수원, 인천 등에서 출생한 사람들의 지역코드 첫 두 자리로 경기 안성시 하나원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들의 것과 같다. 행안부는 상반기 중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현재 구축 중인 차세대 주민등록정보시스템에 번호 자동 부여기능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1975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최초로 부여됐다. ‘주민등록법’은 1962년 주민의 거주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 동태를 명확히 해 국가의 효율적 운영과 간편한 행정사무 처리 등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이름, 성별, 생년월일, 주소, 본적 등을 시장 또는 읍·면장에게 등록하게 하고, 퇴거와 전입신고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주민등록법 제정 당시부터 주민등록번호가 도입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처음 규정된 것은 1968년 9월 16일 개정된 ‘주민등록법 시행령’에서였다. 대통령령 제3585호로 개정된 ‘주민등록법 시행령’은 시장 또는 읍·면장이 주민등록을 한 주민에 대해 개인별로 그 등록번호를 붙이도록 했다. 시행령의 위임을 받은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은 12자리 숫자로 주민등록번호를 작성하게 했다. 앞의 6자리 숫자는 지역을, 뒤의 6자리 숫자는 성별 및 개인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주민등록번호를 ‘지역표시번호’와 ‘성별표시번호’ 및 ‘개인표시번호’를 차례로 배열해 작성하되, 6자리 숫자로 구성된 지역표시번호 다음에 ‘-’ 표시를 해 성별표시번호(남자 1, 여자 2) 및 개인표시번호(주민등록의 일시 순과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순위에 따라 차례로 붙여진 일련번호)를 6자리 숫자로 배열하도록 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110101-100001, 육영수 여사에게는 110101-200002가 주민등록번호로 부여됐다. 이후 안보태세의 강화를 주된 이유로 1975년 7월 25일 이뤄진 주민등록법 개정에 이어 그해 10월 31일 개정된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에는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 성별, 지역 등을 표시할 수 있는 13자리의 숫자로 작성한다’고 규정됐다. 이때부터 주민등록번호는 기존의 12자리에서 현재와 같은 13자리 체계로 변경됐다.
2017년 ‘주민등록제도 발전 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를 낸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12자리 번호가 1975년에 현행과 같은 13자리의 개인식별번호로 바뀌게 된 것은 공공부문에서 개인식별을 할 때 연령이나 성별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자기의 개인식별번호를 사용할 때에 외우기도 쉬워서 여러모로 현행과 같은 주민등록번호 체계가 효율적이고 편리했기 때문에 채택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역번호를 없애는 이번 주민등록번호 체계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차모(54) 씨는 “주민등록번호에 출신 지역을 알 수 있는 지역번호가 담긴 사실을 이번 발표로 처음 알았다”며 “지역번호를 파악해 특정 지역 출신을 차별하는 등 악용의 소지가 있는 번호체계를 바꾼 것은 뒤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반겼다.
고문현 교수는 “지역 차별 소지가 있는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바꾼 것은 문재인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포용국가’와도 부합하는 조치”라며 “정부가 적극적 주체가 돼 주민등록번호의 부작용을 파악해 지역번호를 없앤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앞으로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 주민등록번호 뒷부분 첫 자리 1, 2번 표시도 없애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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