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의 예술 / 유현주 엮음 / 도서출판b

지난 2018년 10월 인공지능(AI) ‘오비어스’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2500달러(약 5억 원)에 팔렸다. 이날 경매에 함께 출품된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은 ‘에드몽 드 벨라미’의 경매가보다 훨씬 낮은 7만5000달러(약 87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날 경매는 예술은 인간의 전유물이란 세간의 인식을 뒤흔들었다.

AI는 예술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AI가 사진을 고흐나 렘브란트풍 그림으로 바꾸는 작업은 예술인가 기술인가. 그런 작업의 결과물은 AI와 AI를 만든 사람 중 누구의 창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AI가 인간의 지능적 활동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는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AI와 예술의 관계를 심도 있게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 이 책은 AI 시대에 생산되는 예술과 그 예술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책은 2019년 5월 24일 대전에서 AI를 주제로 열린 예술포럼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열린 포럼: 인공지능시대의 예술’에서 다뤄진 논의들을 모아 엮었다. 철학·음악·컴퓨터과학·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9명이 AI와 예술의 관계를 저마다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유현주 생태미학예술연구소 소장은 아도르노의 미적 가상이론을 바탕으로 디지털 매체 시대의 예술을 조명한다. 유 소장은 “디지털 매체 시대에 살아 있는 예술의 정신성은 사회의 가상에 미적 가상으로 맞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알고리즘에는 알고리즘으로, 물화에는 물화로, 가상에는 가상으로 맞서는 예술이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인공지능 예술가의 등장으로 인간 예술가의 역할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인공지능의 활동을 창의적이라고 평가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란 게 주장의 근거다.

김윤철 전자음악 작곡가는 과학적 방법과 이론이 예술 작품에 수용되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으며, AI 또한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본다.

정문열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 교수는 비디오아트의 선각자 백남준을 끌어들여 예술의 놀이적 기능을 살피고, 최소영 미학연구자는 인류의 빅데이터로서의 상상계인 인공지능에 대해서 AI 시대의 예술을 따져보고, AI가 몽상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고 예견한다.

이 책에선 명쾌한 결론을 찾기가 어렵다. 이 책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질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질문은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AI는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다. AI는 바둑에서 결코 인간을 넘을 수 없다고 여겼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수준보다 뛰어난 AI가 출현하는 기술적 특이점이 허황하게 느껴지는 세상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미래에 현명하게 접근하는 첫걸음은 질문이다. 326쪽, 1만5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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