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즙 즐기려면 채끝살로 사용

양파에 설탕 뿌리면 시간 단축
물 붓고 끓으면 카레로 간 맞춰
살짝 볶아논 감자·채끝살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맛있게 완성


인도 음식인 카레(Curry)는 이제 한식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먹고 있다. 강황, 커민, 계피, 정향 등 혼합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카레는 유럽, 아시아 등으로 전해지며 인도와는 다른 맛으로 현지화됐다. 버터와 밀가루를 볶아 만드는 루(Roux)를 첨가해 수프처럼 걸쭉하게 된 영국식 카레가 일본과 한국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도 여러 향신료를 입맛에 맞게 조합해 카레를 만들 수 있지만 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손이 많이 가다 보니 대부분 마트에서 파는 고형 카레를 사용한다.

카레의 조리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양파를 볶다가 당근, 감자 등도 함께 볶은 후 물을 붓고 고형 카레를 넣어 끓이면 된다. 하지만 깊은 풍미가 나는 맛있는 카레를 먹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또 소고기, 닭고기, 해물 등 다양한 주재료를 부각시킨 카레를 만들 수도 있다.

‘비프카레’를 만들어보자. 재료는 한우 채끝살과 양파, 감자, 고형 카레, 치킨 스톡 등이다. 소고기를 뭉근히 끓이려면 지방이 적고 씹는 맛이 느껴지는 아롱사태를 사용하는 게 좋지만 스테이크처럼 육즙을 즐기기 위해 채끝살을 선택했다. 가격이 비싸지만 가족이 먹는 음식이니 한우를 샀다. 재료비를 따져보니 이렇게 만들면 식당에서 1인분에 3만 원 이상 받아야 할 것 같다.

양파 2개(4인분)를 가늘게 채 썰어 냄비에 올리브유와 버터를 넣고 볶는다. 양파를 볶는 정도에 따라 카레 맛이 달라진다. 양파가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캐러멜라이징하는 게 관건이다. 캐러멜라이징은 재료에 열을 가해 단맛을 이끌어 내는 과정으로, 양파를 완벽하게 캐러멜라이징하려면 1∼2시간이 소요된다. 미리 설탕을 조금 뿌려주거나 발사믹, 화이트와인 등 산성 물질을 첨가해 캐러멜라이징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기 위해 2시간쯤은 할애할 수 있다는 우직한 생각으로 팔과 다리 통증을 감수하며 임해야 한다.

갈색으로 볶아진 양파에 물을 적당량(고기, 감자 등의 재료가 잠길 정도) 부어 끓인다. 물이 끓으면 고형 치킨 스톡과 고형 카레를 적당히 넣어 더 끓이며 간을 맞춘다. 그 사이 채끝살(300g)과 감자(2개)를 2㎝ 큐브로 썰어놓는다. 채끝살은 소금과 후추로 밑간해 팬에서 겉면이 코팅되게 구워 놓는다. 감자도 고기 구운 팬에 살짝 볶아 놓는다.

카레 국물에 볶아 놓은 감자를 먼저 넣고 끓이다가 감자가 적당히 익으면 채끝살도 넣어 한소끔 더 끓이면 완성. 그릇에 밥을 얹고 카레를 올린 후 이탈리안 파슬리를 다져 뿌리면 된다.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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