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1990년대 전 국민이 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동산 광풍이 불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4월 16일 “앞으로 토지·건물 등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 말을 믿은 많은 국민은 ‘집을 가지고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부동산 투자를 다른 곳으로 돌렸지만, 손해를 봤다. 집값이 주춤하다 다시 올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고 했지만, 허언에 그치고 말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3일 “문 정부 2년 새 역대 최고로 땅값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반박에 경실련은 ‘문 정부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한 전·현직 참모진의 부동산 재산이 최근 3년간 평균 3억2000만 원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대변인 시절인 2018년 7월 재개발 대상 건물을 25억7000만 원에 샀다가 최근 34억5000만 원에 팔았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과천 아파트는 2017년 9억 원에서 현재 19억4000만 원으로 올랐다. 그런데도 그는 “주요 국가 중에서 한국이 부동산 가격을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투기 세력’과 ‘다(多)주택자’ 탓으로 돌리며 ‘2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고위 공직자에게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는 4월 제21대 총선에 출마할 민주당 후보자들이 ‘1가구 1주택 운동’에 동참할 것을 서약하자고 했다. 오죽하면 ‘서울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못 벌면 등신’이라는 말이 떠돌까. 문 정부에서 내놓은 18번의 부동산 대책은 대책이 아니라 부양책이란 말도 들린다. 사회주의식 반(反)시장 정책이란 비판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난장판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다수 국민 염장 지르는 말이다. 실제 서울과 일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집값은 하락해 많은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하다. 평생 일해 집 한 채 일군 중산층은 보유세 폭등 걱정에, 서울에 내 집 마련하려던 무주택자나 집값이 떨어진 지역 주민들은 새해 벽두부터 허탈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