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자주 오판하고 그래서 실패합니다. 지난 몇 년간 저 자신에 관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그것뿐입니다. 한번은 그런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라면 조금은 덜 오판하고 작게 실패하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다른 것은 몰라도 소설을 쓰지는 않았을 것 같더군요. 제게 소설은 오판과 실패를 돌아보는 과정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소설이라는 존재에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맙습니다.
소설은 제가 엉망일 때마다 부여잡을 수 있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오랜 친구 앞에서 아이처럼 울어버린 5년 전 겨울밤에도, 지친 부모님께 위안을 드릴 수 없어 자책한 지난여름에도 저는 소설 덕분에 겨우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잊지 않고 계속 쓰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아는 만큼 말하고 느낀 만큼 쓰겠습니다.
“이건 소설이 아니다.”
지난해 이맘때 꿈에서 뵌 고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 들은 말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 종종 그 말을 떠올렸고, 그러면 거짓말처럼 선생님 특유의 차가운 눈빛과 단호한 목소리가 눈앞에서 되살아나곤 했습니다. 아마도 저는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소설이란 무엇이고 좋은 소설이란 또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을 썼습니다. 그럼에도 단점보다 장점을 봐주신 구효서 선생님과 조경란 선생님, 손홍규 선생님, 김성중 선생님, 윤고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983년 강원 원주 출생
△한림대 언론정보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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