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부 독립성 놓고 韓美 대법원장의 너무나 다른 시각

金, 지난달 이어 시무식서 언급
“좋은 재판 오직 국민만이 평가”

로버츠 “法따라 법원이 판결할때
국민의 신뢰가 따라오는 것”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해 업무 첫날에 “사법부 외부에 의한 법관 평가”를 강조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사법부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받은 지 한 달 만이다. 반면 미국의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새해를 맞는 시점에서 “헌법의 원칙과 덕목을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고 언급해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일 오전 김 대법원장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우리가 하는 재판에 대해 법원 내부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엄중한 평가를 받아 성찰의 기회로 삼는 것이 좋은 재판을 구현하고자 하는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논의된 ‘변호사에 의한 법관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어떤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는 오로지 국민만이 온전히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여론에 따라 재판이 좋은 재판, 나쁜 재판으로 갈릴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법부의 판단에 불복하는 풍조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한 해를 정리하며 낸 보고서에서 “헌법의 원리에는 군중 폭력(mob violence)이 낄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고 여기게 됐고 시민 교육은 도중에 실패했다”며 사법부 독립성을 강조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국민이 사법 원리를 잘 이해해야 가짜뉴스나 군중폭력에서 오는 각종 폐단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석에서 소문과 허위 정보를 대규모로 뿌려댈 수 있는 우리 시대에는 대중이 정부가 제공하는 (법적) 보호체계를 이해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법에 따라 정의를 평등하게 집행하는 의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과 로버츠 대법원장의 인식 차이에 대해 한 현직 부장판사는 “사법부 판단인 재판 결과에 대해 청와대가 별도의 의견을 내는 지경인데 김 대법원장이 ‘외부 평가’에 대한 언급을 반복적으로 하면 자칫 판사들이 눈치만 보게 돼 사법부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진·김온유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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