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떤 계획을 세워볼까.’

매년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들을 세운다. 2020년, 숫자마저 특별하게 여겨지는 새해 달력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올해는 이루지 못할 거창한 목표보다는 작지만 실천할 수 있는 성취 가능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객실 승무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1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에서는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져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받은 체력 테스트는 내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2년에 한 번 하는 체력 테스트에서 ‘자전거 타기-심폐 지구력 테스트’ 도중 5분을 채 넘기지 못해 수동으로 시스템을 바꿔 진행해야 했던 것. 그 후 내 목표는 체력 증진과 건강한 식단 조절이 됐다. 새해에도 이를 잘 유지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체력 증진과 식단 조절, 쉽고도 어려운 목표다.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달성할 것 같지만 사실 이 목표는 비행을 떠난 순간부터 흔들린다. 아무리 굳게 마음먹고 비행기에 탑승해도 체력적 소모가 큰 첫 번째 서비스를 끝내고 나면 기내식을 먹지 않고 버티기가 힘들다. 게다가 승무원에게는 비행 후 체류하는 대부분 호텔에서 무료로 운동센터를 이용할 혜택이 주어지나 ‘열심히 운동하겠다’는 다짐은 포근한 침대를 바라보는 순간 ‘일단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만다.

그런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온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프랑스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본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펴낸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다. 정신과 의사인 꾸뻬 씨가 부유하지만, 삶에 행복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을 상담하고 난 뒤 본인도 행복을 찾기 위해 병원 문을 닫고 세계 각지로 행복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이다. 그는 여행 중 만난 노승이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이야기에 감명받았다.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지난 1년. 나는 얼마나 행복하게 지냈나 되돌아본다. 별 탈 없이 지나온 일상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새해에 ‘나 자신과의 싸움’이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채워가기 위해 작은 계획들을 실천해 가는 한 해가 되자고 다시금 다짐한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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