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의 빙하 표면에 서식 빙설 미세조류 속엔
얼음 결정의 형성·성장 막는 얼음결합단백질
일반 단백질보다 억제효과 5배 이상 높아
수정란 장기보관 등 다양하게 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영구동토 극지방의 빙하 표면에 사는 미세조류의 유전자를 다른 식물에 넣어 추위에 강한 체질로 바꾸는 실험에 처음 성공했다. 농작물의 냉해 피해를 막거나 수정란을 장기보관하는 기술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극지연구소(소장 윤호일)는 극지방의 빙하 표면에 서식하는 미세조류의 유전자를 활용해 추위에 강한 식물을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빙하에 사는 빙설미세조류 ‘클로로모나스(Snow algae, Chloromonas)’는 얼음결정의 형성과 성장을 막는 얼음결합 단백질(IBP, Ice-Binding Protein)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얼음결정은 커지면서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생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연구팀은 클로로모나스를 분석해 일정 온도 이하에서만 작동하는 29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는데, 얼음결합 단백질 유전자 CmIBP1을 코딩하는 얼음결합 단백질은 얼음결정 성장억제 효과가 일반 단백질에 비해 5배 이상으로 높았다. 연구진이 얼음결합 단백질 유전자를 넣은 애기장대는 저온에 적응하는 별도의 과정 없이 냉해에 강한 효능을 보였으며, 이 실험은 빙설미세조류의 얼음결합 단백질이 식물의 형질 개선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이다. 애기장대는 생애 주기가 짧아 유전연구에 많이 쓰이는 식물로, 겨울이 오기 전 10도 미만의 온도에 일정 시간 노출되었을 때, 저온으로 인한 손상을 막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극지 유전체 101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으며, 지난해 12월 플랜트 앤드 셀 피지올로지(Plant and Cell Physiology)지에 게재됐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이정은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극한 환경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생존 전략, 얼음결합 단백질의 구조적 특징과 기능이 규명된 만큼 향후 줄기세포, 수정란의 장기보관이나 농작물의 냉해 피해 예방 등 관련 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1저자인 조성미 박사는 “극지 곤충·어류·다년생 식물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한 외국 논문은 있지만, 이번 연구는 단일 단백질로 얼음 결정 성장 억제 효과가 탁월한 형질전환에 성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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