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품 50권이상 번역·출간
고유의 정체성 지킨 작품 많아
올해는 동화 ‘귀신고래’도 내놔
“한국어·스페인어 모두 능숙한
전문가 양성해야 더 큰 발전
대중문화 다양한 작품 알리면
세계인들 K-문학 쉽게 접할것”
한강 작가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김혜순 시인의 그리핀 시문학상 수상, 김언수 작가가 미국 더블데이 출판사와 맺은 ‘억대’ 판권 계약. 최근 한국 문학작품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우리 문학이 세계 문학 시장의 변방에서 벗어나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 문학이 꾸준히 소개돼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페인 작가 겸 출판인 피오 세라노(78) 베르붐 출판사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 문학 50권 이상을 번역·출간해 지난해 말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세라노 대표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 내 한국 문학의 현황과 전망을 들었다.
세라노 대표는 “한국전쟁 이전까지 스페인에 한국 관련 정보가 거의 없었는데 경제 발전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고은, 이문열 같은 작가들이 조금씩 명성을 얻었다가 최근엔 한강, 정유정 같은 작가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에서 베르붐을 포함해 한국 작품을 번역, 출간하는 곳은 10여 개에 이른다.
베르붐 출판사는 1990년 마드리드에 설립돼 지금까지 1500권 이상을 출간한 스페인어 문학·인문 전문 출판사다. 다양한 언어권 문학을 내놓고 있는데 ‘한국 문학 시리즈’가 그 첫 번째다. 그 뒤 ‘히스패닉 아프리칸 총서’ ‘아랍어 시리즈’ ‘히브리어 시리즈’ ‘아시아(중국·일본·인도) 시리즈’를 출간했다. 한국 문학 시리즈에는 최인훈 작가의 ‘광장’,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 하일지 작가의 ‘진술’ 등 현대 작품뿐 아니라 허균의 ‘홍길동전’, 이율곡의 ‘격몽요결’ 같은 고전도 포함돼 있다. 올해 초엔 최제훈 작가의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김일광의 동화 ‘귀신고래’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 문학의 특징에 대해 세라노 대표는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꼽았다. 그는 “한국 고전문학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유한 특성이 있다. 판소리나 시조 같은 전통문화 발전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며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의 작품들이 보여주듯이 저항정신이 담긴 작품들이 한국 문학의 정통성을 지켜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한국 문학의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도 한국 영화 애호가가 상당히 많다”는 그는 “대중문화의 다양한 작품을 알리는 일이 한국 문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어와 스페인어 모두 능숙한 전문가 양성을 꼽았다. 한국문학번역원, 주마드리드 한국문화센터 등과 함께 스페인어권 독자에게 한국 문학을 알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한국 문학 강의에서 한국 유학을 꿈꾸는 스페인 청년을 많이 만난다. 한국 정부의 장학금 제도 확대가 이들의 번역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한국 청년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이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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