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1945~2012)

저에게 ‘엄마’라는 단어 뒤에는 늘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이 뒤따라옵니다. 삼 남매 중 막내아들인 저는 의젓한 누님과 형님과는 반대로 사고만 쳤고 엄마는 괴로워하면서도 제 앞에서는 ‘괜찮아, 우리 아들’ 하시며 응원해주셨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1년이 지나 제사상 위 영정사진을 보고 나서야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스스로 울 때까지 기다려줬고 엄마의 죽음에 대해 짐을 지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울어도 소용없고 혼날 수도 안아볼 수도 없는 ‘사진 속으로 들어간 엄마’.

청개구리 같은 못난 막내아들은 늦가을이 되면 떨어진 낙엽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걷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엄마가 마지막으로 계셨던 병원에 가면서 밟았던 낙엽 밟았던 소리가 다시 떠올라 마음이 찢어지고 밟히기 때문입니다.

울음도 잠시뿐, 또다시 제 생활은 엉망이었습니다. 술이 깨고 난 어느 날 아침 TV 탁자 옆에 놓여있는 엄마의 사진을 보니 저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고 계셨습니다. 제 마음 편하기 위해 엄마 사진을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옮겨놨습니다. 돌아가신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편히 계시지 못하고 늘 제 옆에서 걱정만 하시는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면서….

오늘 아침 출근 전에 엄마 사진을 현관 응접실에 꺼내 놓았습니다. “엄마 앞으로 사진 여기에 놓을게. 지켜봐 주세요. 저 하나만을 믿고 멀리서 아내가 왔어요. 아내가 서툰 한국말로 오빠 엄마 만나러 가고 싶다고 했어요. 다음 주에 갈게요.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친구도 사귀면서 편하게 계세요. 아내 엄마도 꼭 만나셔서 같이 아들 집으로 놀러 와주세요. 엄마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막내아들 장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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