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사살 후폭풍
중동서 충돌위기 고조


이란 정부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동결·제한 규정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공습 사살에 사실상 핵합의를 파기하는 강경 조치로 대응한 셈이다.

미국에 이어 이란이 핵합의에서 탈퇴하면서 미국은 이란과 북한 등 두 국가와의 비핵화 협상이 험로에 접어드는 상황을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 위협에 신속하고 완전하면서 불균형적인(disproportionate)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중동 지역을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5일 성명서를 통해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며 “이는 곧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을 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원전 가동 등에는 저농축 우라늄으로 충분하지만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우라늄 농도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핵합의는 사실상 좌초됐다.

미국은 보복을 공언하는 이란에 대해 문화 유적이나 지도부 추가 공격까지 거론하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 미디어 게시물들은 이란이 어떠한 미국 사람 또는 목표물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는 점을 미 의회에 통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례적 대응이 아닌 불균형적 대응 방침은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더 막대한 응징을 가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이란은 우리 미국민을 죽이는데 우리는 그들의 문화 유적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고 공격 의사를 거듭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이란에 대해 “나쁜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실제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이란 지도부 추가 제거 의미냐는 질문에 “우리는 미국인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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