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반만에 ‘핵합의’ 좌초 위기
전면적 對美 보복 나서긴 부담
보복시 친미연합결성 촉진 우려
국제적 고립 심화될 가능성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공습 사살을 둘러싸고 미·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에 이어 이란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사실상 탈퇴를 선언하면서 핵개발 위기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우라늄 농축능력과 농도 제한을 더 이상 준수하지 않겠다는 이란 정부의 5일 성명은 이란 국가안보위원회가 솔레이마니 사망 관련 자국 핵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한 직후 발표됐다. 이번 발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이 2015년 7월 합의한 JCPOA는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이란 탈퇴로 4년 반 만에 좌초될 상황에 처했다. 이란은 솔레이마니 폭사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군사적 보복 방침도 분명히 했다. 호세인 데흐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 수석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대응은 틀림없이 군사적일 것이며 (미국의)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을 시작한 것은 미국이고, 그들의 행동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공격 시 이란 문화에 중요한 지역 등 52곳을 반격 목표지점으로 정해뒀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문화 유적 파괴로) 전범이 돼 법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출신인 모흐센 레자에이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대해 반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며 미 동맹국 역시 공격대상으로 삼을 수 있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그들(이란)은 도로변 매설 폭탄으로 미국인을 해칠 수 있다”며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문화유적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솔레이마니 공습 사살의 합법성을 강조하며 이란 보복 시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그는 이날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그(솔레이마니)는 미국에 맞서 적극적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미국을 상대로 벌여온 테러를 막기 위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지도부가 나쁜 결정을 내린다면 큰 힘과 기운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솔레이마니에 대한 국민적 복수를 공언한 만큼 미사일 등을 통한 미군시설 공격, 이라크와 시리아 친이란 민병대를 통한 공격, 유조선 공격을 포함한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 동맹국에 대한 공격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란·이라크전 영웅인 솔레이마니가 적들의 본토 침범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던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이란 영토 폭격을 초래하는 수준의 전면 보복전에 나서는 데는 부담이 있다. 또 호르무즈해협 봉쇄나 유조선 공격, 사우디 등 주변국 공격 시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 결성에 자칫 힘을 보태주고 국제적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강력 응징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도 전면전 비화를 우려하는 민주당의 견제를 받고 있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5일 ABC에 “대통령이 미국을 큰 전쟁에 충동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필요치 않는다”며 “의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