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워싱턴 특파원

미국 신문과 방송에서는 성탄절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북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성탄절까지는 과연 북한이 성탄절 선물로 무엇을 보낼 것인지가 이슈였다면 성탄절 이후에는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언제 할 것인지에 집중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에는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어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북한 도발이라는 주제는 시간이 가면서 바뀌고 있지만, 언론들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이 지적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외교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인터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폭스 뉴스 진행자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북) 정상회담과 역사적인 이벤트에도 그들(북한)은 별로 (비핵화를 향해) 움직이지 않은 것 같다, (대북) 전략을 바꿔야 하는 시점 아닌가?”라고 물었다. ABC 방송 진행자도 오브라이언 보좌관에게 ‘북한은 자발적으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존 볼턴 전 보좌관의 인터뷰 내용을 보여준 뒤 “볼턴이 맞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이처럼 북한이 비핵화라는 말만으로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라는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종 위성사진이나 정보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해체에도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계속해서 진행해왔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올해 수차례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나 2차례 엔진 실험에서 보이듯 미사일 기술도 진전시켰다.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협상은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놀음판에 불과한 셈이다. 비핵화 놀음판은 미국과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대북 외교를 성과로 내세우려 비핵화를 압박하기보다 상황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에도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는 말을 반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낸 뒤 중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 언론의 지적처럼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있음이 갈수록 명백해지면서 미국과 북한, 한국 3국 지도자들이 벌여온 비핵화 놀음판은 끝을 보이고 있다. 미 조야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의회가 일명 ‘오토 웜비어법’으로 명명된 강력한 대북제재 조항이 포함된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킨 것은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는 행보다.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 끌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고리가 제재였던 만큼 다시 제재의 칼을 벼려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도 북한에 비핵화 대화를 요구하되 이를 거부하면 주어지는 것은 제재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표만 생각해 비핵화 놀음판을 이어가는 건 북한 비핵화 자체를 좌초시키는 일이다. 현 상황만 모면하려는 정책으로 후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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