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 배달앱 ‘배달의 민족’ M&A 놓고 갑론을박

“한민족 아닌 게르만족” 비난… 음식업계선 수수료 오를까 걱정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홍보
바로 주문·결제서비스로 대박
경쟁사 도전에 위기 느낀다며
獨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
공정위 허가 땐 시장독점 우려

DH, 세계 곳곳서 팽창 전략
경쟁사 디도스 공격 등 잡음도
4조여원 M&A비용 회수 위해
수수료 비정상적 인상 가능성

소비자들 ‘불매 행동요령’공유
자영업자는 매각 반대 목소리


토종 배달앱 ‘배달의 민족’(배민)의 인수·합병(M&A) 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4조 원이 넘는 인수 금액도 화제지만, 배민을 인수한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의 국내 배달앱 시장 독점 문제가 논쟁이 되고 있다. 배민과 DH는 지난해 12월 13일 배민 운영업체인 우아한형제들과 DH가 4조7500억 원에 배민의 국내외 투자지분 87%를 DH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 김 대표는 DH의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 멤버가 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M&A를 두고 말이 많은 것은 배민이 그동안 성장해 온 과정에 ‘민족 마케팅’이 적잖은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민족 기업’을 선전해 왔던 기업이 외국 기업에 국내 시장을 통째로 내맡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배민과 DH는 어떤 기업인지, 이번 M&A가 국내 배달앱 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집중 조명해 본다.


① 배달의 민족은 어떤 기업

배민은 김봉진 대표가 지난 2010년 배달외식업 주문을 연계해주는 배달앱을 처음 출시하며 설립된 회사다. 김 대표가 2011년 우아한형제들 법인을 설립하고, 2012년 배민 앱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한 바로결제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모바일로 음식 배달을 바로 주문해 결제하는 시장이 형성됐다. 이후 2014년에는 배민의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만 건, 월간 주문수는 500만 건을 돌파했다. 미국 투자사에서 120억 원, 골드만삭스에서 400억 원 등의 투자를 받았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민족 강조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배달대행 플랫폼인 ‘배민라이더스’ 사업도 시작했다. 2016년에는 힐하우스 캐피털에서 54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2017년에는 네이버가 3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외 투자도 늘어났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배민은 지난해까지 누적 다운로드 4500만 건을 넘어설 만큼 성장했다.


② 딜리버리히어로는 어떤 기업

2011년 5월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콜야 헤벤스트라이트, 마르쿠스 푸르만, 루카츠 가도프스키 등이 설립한 회사다. 설립 당해에 호주와 영국에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해왔다. 급속한 팽창 정책과 적극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결과, DH는 2013년 4200만 유로였던 매출이 2017년엔 5억4400만 유로로 10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2013년 547명이었던 직원도 2017년 1만2882명으로 커졌다. 2014년에는 ‘TNW 테크5’가 선정한 독일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3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잡음도 많았다. DH는 2012년 경쟁업체에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고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당시 경쟁 업체였던 ‘라인페르도’는 웹사이트가 다운되는 공격을 수차례 받았고 이로 인해 최소 7만5000유로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DH가 고객 업체의 고객 정보를 빼냈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③ 국내 배달앱 시장 현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8조1100억 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3.1% 성장한 수치다. 1년 만에 2배가량으로 성장하는 무서운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12월까지 더하면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10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곧 연 거래액 20조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배달앱 시장 규모는 약 3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 중 모바일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93.5%에 달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민이 약 55%, 요기요가 약 33%, 배달통이 약 10% 등 이들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④ 배민이 M&A에 나선 이유

배민은 M&A를 발표하면서 ‘경쟁기업들의 거센 도전’을 가장 중요한 M&A 이유로 꼽았다.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현실로, 이 같은 위기감이 글로벌 연합군 결성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배민은 스스로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계 자본을 등에 업은 경쟁업체가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아시아 배달앱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도 양측이 손을 잡은 요인이라고 배민은 설명했다. 김봉진 대표는 “한국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국내 1위로 키운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서 일어난 딜”이라며 “대부분 정보기술(IT) 분야가 그렇듯 배달앱 시장도 M&A가 일어나는 시기로 접어들었으며, 배민이 한국에서만 잘한다 해도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M&A는 생존과 동시에 성장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⑤ 배민-DH 결합 심사 쟁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시장을 ‘배달 시장 전체’나 ‘모바일 시장’으로 간주하면 두 회사의 기업 결합이 허가될 여지가 생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2018년 배달시장 전체 규모 15조 원대와 비교해 배달앱(3조 원) 시장 규모는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정위가 관련 시장을 배달앱 시장으로 한정할 경우, 거의 완벽한 독점이 되기 때문에 기업결합이 불허될 수 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과 소비자 편의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의견만 내놓은 상황이다.

공정위 안팎에선 과거 오픈마켓 시장에서 있었던 이베이(옥션)와 지마켓의 기업결합 심사가 주요 참조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당시 지마켓과 옥션이 오픈마켓 시장을 각각 51.5%와 36%로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3년간 판매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올릴 수 없다’는 조건을 걸고 기업결합을 허가한 바 있다.


⑥ 국내 배달 시장 판도 변화 전망

배민과 DH의 결합으로 국내 배달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배민과 DH 결합이 성사될 경우, 국내 배달앱 시장은 사실상 독점시장이 형성될 전망인데, 이 과정에서 후발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M&A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DH가 주인이 된 ‘배민-요기요-배달통’ 외의 대체 앱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틈새시장을 쿠팡과 위메프 등 후발 배달앱 업체들이 파고들 여지도 생겼다. 후발 배달앱 업체들은 소비자는 물론, 배달앱을 활용하는 업체들에도 수수료 비용 할인 등을 무기로 거래처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자체 배달앱을 개발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는 그동안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컸던 만큼 이번 기회에 자체 앱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⑦ 배민-DH의 M&A 반대 이유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나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이번 배민과 DH의 합병이 배달앱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독점시장에서 나타나는 경쟁이 사라진 시장의 폐해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달앱 시장의 건전한 업체 간 경쟁이 사라지면 자영업 소상공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사라질 것이고, 합병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수수료 인상 등의 시장잠식과 독점이 본격화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DH의 배민 인수 비용이 4조75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인수 후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해 ‘배달라이더들’에 대한 수수료 체계가 지금보다 더 비정상적이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을지로위원회는 지적했다.


⑧ 소비자 불매운동 조짐

배민의 해외 자본 매각에 대한 후폭풍도 거세다. 특히, 우리 민족을 강조했던 민족 마케팅이 부메랑이 돼 여론이 더 악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위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국내 배달앱 시장 전체를 결국 독일 기업에 통째로 넘겼다는 데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인 시장 환경도 소비자들이 매각 거부감을 갖는 이유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이 향후 독점에 따른 영향과 우려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배경이다. 이들은 기업 결합에 따른 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 배달원 노동환경 저하, 수수료 체계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공정위에 보다 다각적인 차원의 기업결합 심사를 촉구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우리 민족인 줄 알았는데 게르만족이었다” 등 매각을 풍자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다수 올라오고 있고, 배달앱에서는 음식점과 메뉴만 확인한 후 직접 전화로 주문하자는 불매운동 행동요령 등이 공유되고 있다.


⑨ 세계 배달 음식 시장 규모

시장조사기업 ‘IMARC’는 지난해 9월 편찬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온라인 배달음식 시장 규모를 2018년 기준, 약 846억 달러(98조8551억 원)로 산정했다. IMARC는 세계 배달음식 시장이 연평균 11.4%씩 성장해 오는 2024년에는 1645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온라인 배달음식 시장 가치를 820억 달러로 산정했고 2025년까지 연평균 14%씩 성장해 2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밖에 ‘스태티스타’는 올해 시장을 1227억 달러로 예상했으며 전 세계 이용자는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별로는 2020년 기준 중국 시장이 459억 달러로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됐고 미국(239억 달러), 인도(92억 달러)가 그 뒤를 잇는 것으로 추산됐다.


⑩ 세계 독과점 M&A 사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영화제작사 ‘20세기 폭스’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월트디즈니는 미국 3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훌루’의 최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 월트디즈니가 할리우드 영화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게 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독과점과 영화 시장의 다양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세계 최대 승차공유 업체 우버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지역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사 사업부를 매각한 바 있다. M&A를 시도한 대부분 시장에서 독점 논란에 휘말렸다. 2016년 우버는 중국 법인 ‘우버차이나’ 사업권을 중국 1위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주식교환 형태로 매각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 93% 독점 기업이 탄생하면서 중국 정부는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조사나 결과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우버는 2018년 동남아 사업을 지역 최대 차량 공유업체인 ‘그랩’에 매각하고 합병회사 지분 27.5%를 받기도 했다. 이 M&A 역시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지역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임대환·유현진·박준우·박민철·정유정 기자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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