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최고령 완창기록 경신
“프랑스에서 8시간짜리 춘향가를 완창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파리 시민들에게 한국 여성의 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고향임(63·사진) 명창은 특유의 질박한 목소리로 이렇게 의지를 다졌다. 그는 유럽 문화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파리에서 우리 판소리 문화의 정수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판소리 관계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파리 무대가 올해 중에 꼭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에 케이뮤직페스티벌이 열린 영국 런던 킹스플레이스(kingsplace)에서 춘향가의 ‘사랑가’를 부른 바 있다. 2018년에는 한국판소리보존회가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개최한 공연에서 역시 춘향가의 마지막 대목을 들려줬다. “영국과 미국 관객들이 모두 기립 박수를 치더군요. 그때 우리 소리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고 명창은 오정숙 명창으로부터 춘향가와 심청가, 수궁가, 흥부가 등 네 바탕을 전수받았다. 오 명창은 판소리 유파의 좋은 점을 취한 동초제(東超制)를 완성한 김연수 명창(초대 국립창극단장)의 맥을 이은 인물이다. 고 명창은 오 명창으로부터 소리의 기교뿐만 아니라 우리 뿌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까지 전수받았다고 했다.
전북 군산 출신인 고 명창은 결혼한 이후 대전에 30여 년 거주하며 활동해왔다. 2013년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그는 판소리 전통이 약한 편인 대전에서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이 시대에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니까요. 뒷사람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저 스스로 끊임없이 소리를 갈고 닦았습니다.”
그는 지난 12월 10일 국립국악원 공연에서 자신의 공력을 과시했다. 대전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날 공연에서 고 명창은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춘향가를 완창했다. 중간 휴식(10분씩 네 번) 시간을 빼면 장장 8시간 25분짜리 판소리였다. 고수가 6명이나 바뀐 이 공연은 최고령 완창 기록을 남겼다. 고 명창은 2009년에 같은 시간 동안 완창한 바 있다. 고 박동진 명창이 1968년에 최고령 완창 기록을 세울 때와 같은 52세의 나이였다. 이번에 10년 만에 그 기록을 자신이 바꾼 셈이다. 공연을 지켜본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소리꾼도, 관객도 정말 대단한 무대였다”고 감탄을 했다.
고 명창은 관객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8시간 넘게 앉아 있으려면 허리가 아프셨을 텐데 재미있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고들 해 주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도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연습할 때는 두 시간만 해도 등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목에서 피도 나오고 했는데, 공연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이 나서 노래를 했습니다.”
대전에 전수관을 세워 판소리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그는 70대에도 춘향가 완창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 체력을 다지고, 현재의 소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연마하겠다고 했다. “그게 소리꾼의 팔자이고, 의무이니까요.”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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