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음악회 무대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2013년 함께 한 베토벤 협주
20대 때 소중한 가르침 받아
협연자 돋보이게 하는 그의 힘
이번에도 내 음악 다 보여줘”

돌아온 거장의 폭발적 지휘
‘브람스 교향곡’에 관객 매료


“마에스트로(정명훈)와 서울시향의 조합을 4년 동안 너무나도 그리워한 우리 모두에게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그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감사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4)은 서울 공연을 마친 후 6일 독일로 떠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주미 강은 전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67)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4일엔 세종문화회관에서 같은 곡으로 신년음악회를 했다.

대원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공연은 정 지휘자와 서울시향의 재회로 주목받았다. 정 지휘자는 예술감독에서 물러났던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시향을 이끌었다. 또한 이 공연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일 국적의 한국계 연주자 주미 강이 동참하는 것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제가 2013년에 마에스트로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그때 정말 많이 배우며 음악적 영감을 받았어요. 20대에 겪은 배움의 시간 중에 손꼽힐 정도예요. 그래서 이번 협연도 설레며 기다렸어요. 연주 때 협연자가 자신의 음악을 다 보여줄 수 있게 배려해주고 음악적 방향을 만들어주는 마에스트로가 너무나도 존경스러워요.”

클라라 주미 강이 지난 5일 서울시향과의 협연을 마친 후 정명훈 지휘자 쪽으로 손을 뻗어 감사를 표하고 있다.  서울시향 이원희 씨 제공
클라라 주미 강이 지난 5일 서울시향과의 협연을 마친 후 정명훈 지휘자 쪽으로 손을 뻗어 감사를 표하고 있다. 서울시향 이원희 씨 제공

5일 공연 현장에서 연주를 들어보니 주미 강의 말에 공감이 갔다. 정 지휘자는 악단의 음색을 적절히 조절해 협연자를 돋보이게 했다. 더블베이스 9대 중 5대만 편성한 체제로 협주 소리를 받쳐주는 데 힘쓰면서도 악단 독주 부분에서는 충분히 달리는 능력을 과시했다.

주미 강은 1악장에서 첫 음을 내는 즉흥의 카덴차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주를 선보였다.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려 애쓰지 않는 데서 4세 때부터 30여 년 공연해 온 젊은 거장의 안정감이 전해졌다. 2악장을 유려하게 연주한 주미 강은 3악장을 기다리며 손에 난 땀을 드레스에 몇 차례 닦았다. 혹시 긴장이 생겼나 싶었으나 아니었다. 장쾌한 피날레를 준비하기 위한 몸짓이었다. 시향 연주자들과 함께 상생의 하모니로 만들어낸 클라이맥스가 그걸 깨닫게 했다.

주미 강의 악기 ‘Ex-Strauss(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결과적으로 제 몫을 해내었다. 18세기 악기가 19세기 작곡가의 곡을 통해 21세기 연주자의 음악 혼을 담았다고나 할까.

주미 강은 이날 커튼콜을 일곱 차례 받았다. 그가 앙코르 곡으로 파가니니 ‘베니스의 카니발’을 들려주자, 관객들은 열화와 같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주미 강이 퇴장한 후에 이어진 2부 공연 곡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었다. 브람스가 21년에 걸쳐 작곡했던 대작을 연주하며, 정 지휘자와 서울시향은 함께했던 10년(2006∼2015)의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낭만주의 음악의 서정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절정의 대목에서는 폭발적 힘을 과시했다. 각 파트의 주자들은 지휘자의 속도 조절을 한 몸인 듯 따랐다. 정 지휘자도 서울시향을 세계적 악단으로 끌어올리려 했던 시절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포디엄에서 가장 멀리 있는 팀파니 주자에게 신호를 줄 때, 그 열정이 객석에까지 전해졌다.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와우∼ 하는 탄성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 정 지휘자도 밝은 얼굴로 인사하다가 이마에 손 받침을 하고 객석을 살피는 제스처를 하는 등 연주에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주미 강은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의 해인 만큼 세계 각지에서 베토벤 곡을 연주할 기회가 많다고 전했다. 베토벤 전곡 소나타 CD 녹음 작업도 할 예정이다. “오는 9월에 한국에 공연을 하기 위해 다시 옵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전국 투어를 합니다. 그때 뵙기를 기대합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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