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이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을 몰래 출국할 때 숨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음향기기 박스. 박스 아래에는 곤 전 회장이 숨을 쉴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WSJ)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이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을 몰래 출국할 때 숨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음향기기 박스. 박스 아래에는 곤 전 회장이 숨을 쉴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WSJ)
- 베일벗는 ‘희대의 탈주극’

美 ‘그린 베레’ 출신자도 동원
석달간 수십만달러 쓰며 준비
터키행 개인 전용기 타고 도주

곤, 내일 레바논에서 기자회견
자신 내친 日정부 관계자 폭로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의 대담한 탈주극의 전모가 7일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택연금 중이었던 곤 전 회장은 탈주 당일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이동한 데 이어, 오사카(大板) 간사이(關西) 공항까지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일본 당국 보안의 허점을 찾기 위해 15명의 다국적 특별팀을 고용해 석 달간 수십만 달러를 썼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또 “내가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했기 때문에 그들(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나를 끌어내리려고 했다”며 ‘쿠데타’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미국 폭스 비즈니스가 전했다. 이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을 몰아낸 일본 정부 관계자의 이름을 폭로한다는 방침이다.

7일 일본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2시 30분쯤 도쿄(東京) 미나토(港)구에 있는 자신의 집을 나와 약 800m 떨어진 고급 호텔까지 홀로 걸어갔다. 곤 전 회장 변호인단은 그동안 “곤 전 회장이 자택 주변에서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으며 외출할 때에도 미행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연말 휴일이었던 당시엔 아무런 미행도 따라붙지 않았다. 일본 법조 전문가들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일본 조직이 때론 놀랄 만큼 큰 허점을 간과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은 이 호텔에서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두 조력자와 합류해 오후 4시 반 JR시나가와 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오후 7시 반쯤 신오사카 역에 내렸다. 오후 8시 넘어 간사이공항 바로 앞의 고급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2시간 뒤인 밤 10시쯤 조력자 2명만 커다란 상자 2개를 들고 나왔다. 이들은 10시 30분쯤 간사이공항에 도착해 터키행 개인 전용기를 타고 밤 11시 10분 이륙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곤 전 회장이 일본 출국 당시 숨어 있었던 검은색 대형 상자 사진을 게재했다. 주로 콘서트 장비로 사용되는 대형 박스 바닥에는 곤 전 회장이 숨을 쉴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작은 상자에는 확성기가 가득 차 있었는데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추정된다. 곤 전 회장은 이번 도주를 위해 여러 국적의 10~15명으로 구성된 특별팀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곤 전 회장의 탈주를 가장 가까이서 도운 미국인 마이클 테일러는 ‘그린베레’로 유명한 미국 특수부대 출신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특별팀은 수개월 간 경유지를 찾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한국, 태국 공항 등을 샅샅이 조사했다. 일본도 20회 이상 찾아 지방 공항 10곳 이상을 답사한 후 간사이국제공항의 경비가 느슨한 점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사람이 들어갈 만큼의 대형 상자는 보안 검사나 세관 검사에서 X선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이 개인 전용기를 이용한 데 대해서도 “수백, 수천만 엔을 주고 전용기를 이용하는 부유층과 기업 총수는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이용한 것”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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