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오, 사유의흔적, 130×89㎝, 유화, 2011
고진오, 사유의흔적, 130×89㎝, 유화, 2011
2020년 새해, 또 한 살 더 먹었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의 강추위와 차량 정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멀리 동해까지 해돋이를 보러 가는 행렬에 끼이지 못했다고, 열정과 희망마저 뒤질쏘냐. 하지만 들뜨지 말자. 하루하루를 연초처럼 희망과 다짐을 품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영어 단어 중 45개 철자로 된 ‘진폐증’ 다음으로 긴 단어가 바로 ‘뜬구름같이 여기기’(floccinaucinihilipilification)다. 문득 이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소중해서 갖고만 싶었고, 그것을 위해 얼마의 시공을 달려왔던가. 하지만 이제 하나둘 내려놓는 무욕을 연습해야 할 것 같다.

18세기 ‘우아한 축제’ 풍의 하늘이 고진오의 화폭에서 되살아났다. 언제나 배경이기만 했던 허공이 그에게는 허공이 아니다. 그곳에선 잡다한 텍스트들이 그야말로 뜬구름처럼 사라져 간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무심의 관조에 몰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비우는 것, 그것이 호연지기인 것을.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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