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중 45개 철자로 된 ‘진폐증’ 다음으로 긴 단어가 바로 ‘뜬구름같이 여기기’(floccinaucinihilipilification)다. 문득 이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소중해서 갖고만 싶었고, 그것을 위해 얼마의 시공을 달려왔던가. 하지만 이제 하나둘 내려놓는 무욕을 연습해야 할 것 같다.
18세기 ‘우아한 축제’ 풍의 하늘이 고진오의 화폭에서 되살아났다. 언제나 배경이기만 했던 허공이 그에게는 허공이 아니다. 그곳에선 잡다한 텍스트들이 그야말로 뜬구름처럼 사라져 간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무심의 관조에 몰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비우는 것, 그것이 호연지기인 것을.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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