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청와대의 전·현직 비서들이 대거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무려 70명 안팎이라고 한다. 나라의 큰 운명에서부터 개인적인 사사로움에 이르기까지 과유불급의 문제점들을 짚어 본다.

첫째, 대통령중심제라는 국체(polity) 차원의 책무성을 위협한다.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의 토대 위에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대통령이 국민에게 호소하고 의원들이 그 민의를 받들어야 하는 역학이다. 국정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지나치게 국회 권력에 집착하면 이 정신을 훼손한다. 즉, 대통령과 국회가 실패의 책임 전가라는 미로에 빠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정이 실패했을 때 책임지는 당사자가 없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이러한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

둘째, 입법부의 다양한 전문성의 조합이 깨진다. 개개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정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그렇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입법을 통해 국가의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제도 설계는 국가적 차원이며 그 여파가 길고 구조적이다. 따라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정책에 대한 전문성의 조합이 무척 중요하다. 세계정세가 복잡하기 그지없고 개별적인 정책 하나하나의 의미가 국내외적으로 극도로 섬세하게 연결된 현대에는 더욱 그렇다. 아이들 불장난 수준으로 제도 설계를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어디가 위이고 아래인지 모르겠으나, 이른바 낙하산 문제가 있다. 낙하산은 전문성·책무성·정직성·봉사 등의 반대말이 돼 왔다. 특히, 임명권자에 대한 무조건 충성은 공기업의 경우 배임, 공공기관의 경우 공공성의 훼손, 정부의 경우엔 중립성과 객관성의 결핍 등을 초래했다. 국회도 이런 병폐에 오래 시달려 왔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넷째, 관료 주도의 청와대가 되는 것도 문제다. 이번처럼 일시에 빚어지는 청와대 공백은 관료들로 채우게 마련이다. 관료제는 자기 집단의 관점과 계산에 무척 충실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관료제의 이러한 타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계에 관료제의 기득권 유지 편향이 더해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국정은 더욱 경직되고 시민경제사회의 창발적인 도전을 꺾을 것이다. 동화 수준의 장밋빛 수사(修辭)와 순진한 희망에 숨어 있는 기득권의 공고함만 기승을 부리게 된다.

다섯째, 청와대 근무 명함이나 이력서가 국회의원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게 하는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 아쉬움이 많다. 선거판에서 툭하면 나오는 재정사업 유치라는 자랑은 거의 다 사실이 아니다. 특정한 계층의 이익이나 가치를 본인이 고양(高揚)했다는 주장도 대부분 거짓말이나 도가 넘치는 과장이다. 정부 정책은 타당성 조사나 규제영향 등 제도화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정되고 다듬어진 것들이다. 만약 어떤 후보가 지역사업을 유치했거나 나라의 큰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직권 남용이나 부패를 자백한 셈이다. 국민은 이미 이러한 시각과 판단을 갖추고 있다.

국가수반의 업무를 보좌했던 영광스러운 경험은 개인적인 명예로 삼고 본인의 진퇴를 판단해야 한다. 본인과 가족이 휴식하고 재충전을 모색하며, 또 한편으로는 본인의 판단에 대한 비판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과 숙려가 필요하진 않을까? 인류 보편의 덕목인 명예심·절제심·겸손·양심 등을 기대하는 건 너무 순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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