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오늘 오후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나 검찰 고위급 인사를 논의한다고 한다. 지난 3일 취임식 때 추 장관은 ‘검찰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 수단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인 검찰 인사권이다. 인사권을 가지고 검찰을 통제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민주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민주주의란 본래 ‘국민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추 장관도 국민이고 청와대 수석들도 국민이니까 그들이 국가를 지배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듯하다. 장관으로 임명되자마자 바로 그다음 날 청와대에 검찰 인사 초안을 제출했다는데, 청와대에 의한 검찰 통제가 민주적 통제라고 한다면 극소수의 국민이 나머지 국민을 통제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말이 된다.
최근 청와대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감행하는 검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수없이 드러냈다. 윤 총장은 과거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하던 중 당시 검사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가 수사팀장에서 경질됐던 사람이다. 이를 두고 그때 민주당은 수사 방해라고 비난했었다. 청와대 스스로가 이처럼 소신을 꺾을 수 없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곤 소신을 꺾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욕을 먹어야 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종속에 따른 검찰권 남용 때문이다. 남용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가능하다. 처벌하지 말아야 할 무고한 사람을 기소하는 것과, 처벌해야 할 사람을 그냥 놔두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반복됐던 간첩조작 사건은 전자에 속하고, 12·12사건과 5·18학살사건은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모두 다 정권 유지를 위해 검찰권이 남용된 경우다. 이제 황당한 사건 조작 행위는 검찰 차원에서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살아 있는 권력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과거 정권 내내 검찰이 권력 실세의 범죄 행각을 방치해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늘 그러듯 권력이 무너진 뒤에는 검찰이 나서서 철저하게 수사해 전직 대통령들까지 줄줄이 교도소로 보냈다. 검찰은 수사와 소추를 전문으로 하는 국가기관이다. 그 구성원인 검사들은 태생적으로 일을 법대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을 건드려 핍박을 받던 검사가 총장이 돼 검찰권을 법대로 행사하자 검찰권 남용을 비난하던 정치 집단이 ‘우리는 말고’ 하면서 화를 내는 모습이다.
정권 실세를 겨냥해서 수사했다는 이유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서울지검 3차장 등을 경질한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 이들은 적폐 청산 수사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중용했던 대표적인 특수통들이다.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면 중용하고, 그 반대로 가면 경질하겠다는 말이다.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을 조종하겠다는 것이니 그야말로 이번 인사는 청와대발 ‘보복인사’가 될 조짐이다. 나아가 윤 총장의 측근들을 모두 쳐내어 총장 스스로 사퇴하도록 유도할 것이란 말도 들린다. 총장 임기는 있으나 마나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고 검찰권이 법대로 행사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문재인 정권에선 보이지가 않는다. 권력이 늘 그러듯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고 싶어 하면서 말 안 듣는 검사들에 대한 인사 보복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권력을 잃고 나면 줄줄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되는 슬픈 역사가 반복될 것이기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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