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연말 시상식 얘기를 꺼내보려 하는데요. ‘뒷북’이라고 누군가 나무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다시 짚으려는 이유가 있죠. 그 이유는 뒤에 밝히겠습니다.

2019년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은 “돌려먹기 식으로 상 받는 거 그만해야 합니다”라는 방송인 김구라의 일갈로 ‘정리’됐습니다. 어떤 대상 수상자의 소감보다 강렬하고 오래 기억될 한마디였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기대상’에는 김구라와 같은 투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이, 영문도 모른 채 묻힌 명배우 3명이 있었죠. 정재영, 남궁민, 지성이 그들입니다. 세 사람은 2019년 각각 MBC ‘검법남녀2’, KBS2 ‘닥터 프리즈너’, SBS ‘의사 요한’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지지를 받았지만 시상식에서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죠. 연기력으로 따지자면 이들은 대상을 받아도 무방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말입니다.

화제성을 따져볼까요? ‘검법남녀2’는 성공한 전작의 시청률까지 뛰어넘으며 지난해 방송된 MBC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닥터 프리즈너’와 ‘의사 요한’ 역시 각각 최고 시청률 15.8%, 12.3%로 KBS, SBS의 2019년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었죠.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사실상 시상식에서 ‘배제’됐습니다.

물론 방송국도 나름의 이유는 있겠죠. 과거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런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최우수상 받으러는 안 갑니다’라고 말하는 연예기획사도 있습니다”라고요. 대상을 노리는 배우들이 굳이 최우수상을 받으며 다른 대상 수상자에게 박수를 쳐주는 들러리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였죠.

하지만 “그렇다면 수상 여부를 두고 미리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간 사전 협의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과거의 이 대화가 2019년 ‘연기대상’에 해당된다는 건 아닙니다. 또한 단순히 개인 의견인지, 실제로 수상을 두고 모종의 협의가 있는지도 확인하긴 어렵죠. 그러나 이번 ‘연기대상’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뒷말에 대해 또 다른 방송국 관계자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새해 되면 금세 조용해질 겁니다.” 맞습니다. 불과 1주일 전인데, 이제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있죠. 그러니 연말이 되면 이런 구태가 또 반복될 겁니다. 제가 ‘뒷북’을 치는 이유죠.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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