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모 푸치니 작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표 아리아 ‘네순 도르마’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알려졌지만, 직역하면 ‘아무도 잠들지 말라’이다. 중국 투란도트 공주의 사랑을 얻으려는 페르시아의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노래인데, 이탈리아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가 1990년 로마 월드컵 전야제의 콘서트 때 열창하면서 그의 시그니처 아리아가 됐다. 당시 로마 카라칼라에서 열린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스리 테너’ 콘서트는 30개국에서 10억 명이 시청하며 오페라 열풍을 일으켰다. 특히 ‘20세기 오페라계의 제왕’ 파바로티가 부른 ‘네순 도르마’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해 7월 결승전 관람을 위해 세계에서 몰려온 축구 팬들이 “네순 도르마”를 거리에서 구호처럼 외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후 스리 테너 콘서트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음악축제로 자리잡아 1994년 로스앤젤레스, 1998년 파리, 2002년 서울·도쿄에서도 월드컵 기념으로 유사한 음악회가 열렸다. 이 콘서트는 2007년 파바로티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막을 내렸지만, 전 세계 각국에서 스리 소프라노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변형된 음악회가 열리면서 오페라 대중화에 획기적인 공헌을 했다. 특히 19세기 예술인 오페라 아리아가 흥행력 뛰어난 FIFA 월드컵에 결합되면서 오페라는 상류층 인사들이 비싼 오페라 극장에서 즐기는 그들만의 고급문화라는 편견도 깨끗이 해소됐다.
지난 1일 개봉된 다큐멘터리 ‘파바로티’에는 스리 테너 콘서트가 월드컵 때 공연되기까지의 과정이 소개됐다. 축구광인 세 테너는 오페라 공연을 위해 당시 뉴욕 센트럴 파크 부근의 같은 아파트 건물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카레라스의 백혈병 완치 기념 음악회 개최에 의기투합하면서 FIFA측과 연결, 월드컵 음악회가 됐다는 것이다. 지휘도 같은 아파트 주민인 주빈 메타가 맡기로 했고, 곡목은 세 사람의 애창곡 중심으로 선정됐다. 선의와 열정으로 뭉친 세 테너는 클래식 공연 사상 최대 성공을 거뒀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앨범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 후 30년, 파바로티는 저승의 사람이 됐고 도밍고도 ‘미투’ 바람에 강제 퇴장했다. 스리 테너 콘서트 30년의 추억은 이제 백혈병을 이겨낸 카레라스에게서 흔적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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