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층이 이층보다 먼저 만들어진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꿀벌이 날아오기 전에 봄꽃 향기를 담아 왔다
밤에 배가 고파 내일로 가서 아침밥을 먹고 왔다
손동작으로 문을 열고 눈동자로 틈을 만드는 방법을 궁리하다 그림자를 먼저 끼워 넣는 묘책을 발견했다
당연한 표정은 뻔뻔한 것보다 등급이 높아 줄 선 사람들의 경계는 위협적이지 못했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친 적도 있었지만
비법이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 얼굴을 바꾸거나 며칠쯤 서둘러 늙기도 했다
늙어도 늙어도 누나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끼어들 수 없는 줄에서 포성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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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2007년 월간문학과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수주문학상, 천강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 2019년 12월 신작 시집 ‘키워드’(문학수첩)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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