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국민이 늘고 있다.

신년사 발표 하루 뒤인 8일 오전에도 서울·인천 등 수도권과 충청권 미세먼지 농도는 ‘일시적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신년사를 통해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왔다”며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정반대다. 물론 대통령 발언대로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긴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시도별 대기정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전년과 같은 23㎍/㎥였다. 2016년엔 26㎍/㎥이었다. 어찌 됐든 3년 새 미세하게나마 감축 효과가 나타나긴 했다.

하지만 통계의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지난해 연평균 PM2.5 농도가 가장 높은 충북은 28㎍/㎥로 전년 대비 8% 상승했다. 26㎍/㎥로 뒤를 이은 충남·세종은 전년 대비 24%나 뛰어 전국 최고 증감률을 보였다. 25㎍/㎥인 서울도 전년 대비 되레 2㎍/㎥ 높아졌다. 모두 편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된 중국발 미세먼지의 직접 타격 지역들이다. 해당 지표들은 1조 원의 추경까지 편성, 수도권에 집중해 전사적으로 펼친 정부 미세먼지 정책이 ‘낙제점’임을 입증하고 있다.

좋은 숫자만 제시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두 달 전 방한한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겹쳐 보인다. 당시 리 장관은 중국발 영향으로 수도권·충청권에서 연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가운데 자국의 미세먼지 저감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화자찬’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의 신년사가 그렇지 않아도 미세먼지로 숨 가쁜 국민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김성훈 사회부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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