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서 “투기세력 잡을 것”
전방위로 고삐 조일 가능성

전월세상한·보유세 중과 등
초강력 대책들 현실화 우려
전문가 “공급부족 해결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투기세력을 적으로 간주, 이들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뒤숭숭하다. 시장은 또 다른 정부의 초강력 규제대책 등장과 함께 어떤 ‘풍선효과’가 나타날지 우려하는 표정 역력하다.

8일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정책 당국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들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호응보다는 불만의 반응이 압도하고 있다. 특히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황이 공급부족으로 인해 집값이 올라가고 이를 사려는 실수요자들로 인해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이들을 투기세력으로 간주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수요자들이 많다. 한 부동산 온라인 카페에서는 “중산층 실수요자가 투기세력이냐?”라며 대통령의 시장에 대한 인식을 문제 삼았다.

실수요자들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것은 초강력 부동산 규제가 또 나올 게 분명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2·16대책으로 집값 상승률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풍선효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30일 기준(KB부동산 리브온) 서울의 전셋값은 전주대비 0.1% 올라 25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으며, 학부모 선호 학군이 밀집한 양천구(0.64%) 강남구(0.32%) 등의 상승은 가팔랐다. 이처럼 예견된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더 강경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지금 당장 거론되는 대책으론 보유세 중과와 함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이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는 규제이며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계약이 끝난 이후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같은 제도들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거론한 정책들로 사유재산을 제약하는 등의 위헌성까지 포함하고 있어 섣불리 도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투기세력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정부가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발 더 나아가 유럽 일부에서 시행하는 ‘거주세’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주택 소유와 관계없이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것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미 여당에서는 이 같은 ‘사회주의’ 성격의 제도마저도 테이블에 올려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규제로만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해 “실효성이 없음을 정부가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고강도 대책으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안정되겠지만, 올해 후반 혹은 중장기적으론 극심한 공급부족으로 집값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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