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임기 5년의 대통령 단임제 국가에서 4년 차 신년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그동안의 국정을 평가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새해 국정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철저하고 냉정한 자기반성으로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단임제 대통령의 시대적 소명이다. 정권 연장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번영으로 안내하는 이정표여야 한다. 하지만 7일 발표된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는 이런 소박한 기대를 저버리고 사실 왜곡과 변명으로 일관함으로써 자신의 측근들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하려는 ‘선거용 전단지’로 만들어 버렸다.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고, 그동안의 국정 실패로 도탄에 빠진 국민은 불안한 새해를 맞게 됐다.

신년사 가운데 ‘국민들께서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대목은 정말 실망스럽다. 반성도 정책의 변화도 엿볼 수 없다. 땅에 떨어진 공정, 규제에 막힌 혁신, 저소득 단기 일자리에 내몰린 포용, 그리고 불안한 안보와 잃어버린 경제 성장 동력에 관한 얘기가 나왔어야 했다. 국민은 정책의 부작용을 충분히 체감하고 있다.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반칙과 특권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고위직에 임명하고 심지어 기소까지 당한 인사도 있는 등의 현실 앞에서 공정을 말하는 것은 지나친 오만이다. 인사청문회는 무력화했고 과거의 기준은 국민만 기억하고 있다. 선거법마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공정을 말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정권의 정당성도 훼손됐다. 국민은 말보다는 공정의 실천을 바란다.

최저임금을 급속하게 올리는 바람에 많은 소상공인이 피해를 봤다. 고용시장의 큰 충격이 왔다. 정책 실패를 재정으로 막다 보니 재정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지고, 청년들은 장차 큰 빚더미에 눌려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나랏돈으로 생색을 내는 일은 그만두는 것이 국민에 대한 작은 예의다.

박근혜 정부보다 저소득 가계의 소득은 감소했다. 시장 소득 기준으로 보면 소득불평등도는 이전 정부보다 못하다. 정부의 세금으로 불평등도가 개선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 왜곡이다. 경제성장률은 전 정부보다 최대 37% 이상 떨어졌다.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분야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저소득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이 일하면 경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주장은 희망 고문이다.

규제는 더 강화되고 있다. 비현실적인 규제로 공장들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신산업은 규제로 막혀 있다. 인공지능(AI)의 패권을 위해 세계가 경쟁하는데, 우리는 선거에 질까봐 규제로 발전을 막고 있다. 신년사에서 언급된 규제 혁신은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 위협은 그대로인데 정부는 김정은 타령이니 국민만 불안하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불공정 무역으로 기술은 다 뺏기고 있는 데도 대책은 없었다.

경제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 완화, 실효성 있는 혁신 정책, 그리고 효과적인 통상정책 등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포용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노조 가입자가 늘어 ‘산업 평화’가 왔다는 말만 했다. 쌀값을 약 19% 올려 농심을 잡으려는가. 선심성 공약과 정책 실패에 대한 변명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는가. 국민은 이번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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