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 / 문학동네

“이탈리아의 정신질환자 보호소는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에 의해 폐쇄됐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자기 자신의 일자리를 없애버렸다. 그것도 영영.” 책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프랑코 바잘리아(Franco Basaglia, 1924~1980)는 강제수용, 폐쇄병동 감금이 공공연히 행해지던 정신병원의 해체를 주창하며 1978년 이탈리아에서 실제로 정신병원 폐쇄로 이어진 180호 법(일명 바잘리아법)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 혁명적 법안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바잘리아는 20세기 정신의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파도바대에서 정신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바잘리아는 1960년대 초 고리치아 정신병원에서 충격적 실상을 목격한다.

어떤 환자는 병상에 묶인 채 지냈고, 병원의 아름다운 정원은 거의 이용되지 않았다. 병동 문은 닫힌 채 자물쇠로 잠겼으며, ‘환자’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수용돼 있었다. 그곳은 격리된 수용소지 병원이 아니었다. 바로 이곳에서 드라마 같은 정신병원 개혁이 시작됐다. 책에는 바잘리아 및 그와 뜻을 함께한 개혁자들이 정신질환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던 드라마틱한 역사가 담겨 있다. 640쪽, 2만5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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