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의 핵심에는 ‘성적 동의’(sexual consent) 여부가 있다. “미투(Me Too) 운동은 역사상 가장 뚜렷하게 ‘동의’를 하나의 목표로 삼은 운동”이라고 미국인 작가이자 활동가인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는 ‘동의 없음’을 성폭력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성적 동의’가 문제의 핵심이며 온갖 성폭력의 근간인 권력관계를 바꾸어내는 급진적인 힘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동의의 1단계는 ‘물어보기’다.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는 얼마나 강하게 거부했는지를 수차례 증명해야 하지만, 가해자는 ‘상대에게 동의 의사를 얼마나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구했는지’ 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실이다.
침범하지 말아야 할 타인의 경계를 알고 조정하는 과정을 ‘동의 협상’이라고 하는데, ‘의사를 묻는 단계’ 없이는 동의 협상이 시작될 수 없다. 동의 문제의 핵심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손에 쥔 위력과 권력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사적 경계와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다. ‘동의 여부’로 강간죄를 판단하는 국가는 여전히 드물다. 이를 사법 강간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이 책은 성적 자기 결정권과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232쪽, 1만5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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