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은 위대한 여성 예술가 131명의 일상과 작업 습관을 소개하며 이들의 위대한 성취는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예술하는 습관’은 위대한 여성 예술가 131명의 일상과 작업 습관을 소개하며 이들의 위대한 성취는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예술하는 습관 /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버지니아 울프·코코 샤넬…
女예술가 131명 일상 소개
시시한 순간이 꾸준히 모여
위대한 창조의 시간 만들어

영감으로 일할 것 같은 그들
습관 찾는데 집중하고 유지


“시간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얼굴을 바꿔놓듯이 습관은 인생의 얼굴을 점차적으로 바꿔놓는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말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시간에 남들보다 더 많은 성취를 이룬다. 비결은 무엇일까. 남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이 성취의 비결이 아닐까.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돼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비결을 위대한 성취를 이룬 예술가들의 일상과 작업 습관에서 찾는다. 저자는 예술가의 위대한 성취는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성공한 예술가는 본능적으로나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역량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해 미국의 가수 패티 스미스, 미국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 등 위대한 여성 예술가 131명의 일상과 작업 습관을 짤막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여성만을 다룸으로써 남성 예술가를 다루는 서술과 다른 지평을 보여준다. 이 책에 소개된 여성 예술가 대부분은 여성의 창의성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사회에서 성장했다. 저자는 여성 예술가들의 작업 형태 외에 가족 관계도 세심하게 살펴보며, 이들이 부양가족의 욕구와 자신의 야망 사이에서 어떤 힘겨운 선택에 직면하고 현실을 돌파했는지 돌아본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시인 도리스 레싱이 글을 쓰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낮에 글을 쓸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미국의 소설가 에드나 페버는 화장실·배·비행기·기차 등 어떤 환경에서도 글을 쓰는 힘을 키웠다.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들의 일상을 보면, 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서 시시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창조의 순간은 그 시시한 순간이 꾸준히 모여 만들어졌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니 말이다. 그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더 가깝고 실감 나게 다가온다. 시시한 순간을 모아 습관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모두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여성 예술가들의 일상과 작업 습관은 서로 천차만별이다.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한 예술가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예술가도 부지기수다.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글을 썼다. 미국의 소설가 옥타비아 버틀러는 매일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무조건 일어나 그날 기분이 어떻든 간에 무엇이든 썼다.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일요일이 오는 것을 두려워 한 일 중독자였다. 반면 영국의 소설가 제이디 스미스는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쓰고 싶을 때만 글을 썼다. 미국의 사진작가 신디 셔먼은 몇 년씩 공백 기간을 두는 등 일정한 작업 시간을 지키는 일을 거부했다.

가정주부 역할에 충실한 ‘슈퍼우먼’도 있었지만, 이를 거부한 이들도 있었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아네스 바르다는 갓 낳은 둘째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영화를 제작했다. 독일의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은 자녀 여덟 명을 낳아 키우면서도 100번 이상 공공 연주회를 했다. 반면 이사도라 던컨은 무용수로 살아가기 위해 백만장자와 결혼해 누릴 수 있는 안정적인 삶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은 예술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발견한 뒤 남편과 두 아이를 버린 채 작업에 집중했다.

보편적인 성공의 공식이나 영업비밀을 찾고자 이 책을 펼쳤다면, 그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니 말이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영감으로 일할 것 같은 예술가 대부분이 자신만의 습관을 찾는 데 집중했고 그 습관을 그 누구보다 엄격하게 유지했다는 사실 말이다. 여성 예술가들의 일상과 작업 방식은 우리의 삶도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448쪽, 1만6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