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3대 요소인 인물·이슈·구도 중에서 새로운 인물의 영입은 선거 승패의 관건이다. 안보불안·지역감정에서 약점이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도전을 앞두고 TK 출신의 김중권 전 민정당 의원과 군 장성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정당의 역사가 짧고 이합집산이 잦은 정치 풍토에서 ‘신장개업 효과’를 보는 데는 인재 영입만 한 카드를 찾을 수 없다.
총선을 9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당이 1호 영입인사인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갑질 논란으로 삐끗하는 바람에 수세에 몰린 반면, 민주당은 발레리나 출신의 재활전문가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에 이어 어머니가 시각장애인인 원종건(26) 씨, 전직 소방관인 오영환(32) 씨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뒤늦게 시동을 건 한국당은 유명한 인권운동가인 탈북자 지성호(39) 씨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29) 씨를 영입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지고, 청년층에 대한 지지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20∼30대 유명인사를 찾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도입되면서 거대 정당에 돌아갈 비례대표가 크게 줄어들어 예전같이 대규모 영입은 어렵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인재영입 ‘쇼’는 정당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정치가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정당이 스스로 인재를 키우지 못하다 보니 선거 때마다 외부 인사 지명도를 이용해 겉포장을 바꾸고 다음 선거 때가 되면 물갈이 대상이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 청년위원회에서 정치의 꿈을 키워온 청년들은 “우리는 뭐냐”고 반발하고 있다고도 한다.
지난달 취임한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는 34세로 역대 최연소다. 15세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핀란드에서 마린 총리는 20세에 정계에 입문했고 27세에 시의원을 거쳐 교통통신장관을 지내는 등 정치경력이 화려하다. 제바스티안 쿠르츠(34) 오스트리아 총리도 10대 시절부터 국민당 청년 조직에서 활동했고 대학 중퇴 후 유럽연합 최연소 외교장관을 지냈다. 우리처럼 반짝 명성을 날렸다고 국회의원이 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장애를 극복하고 명성을 얻은 젊은이와 ‘정치 인재’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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