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침해” 항의하는데 그쳐
美-이란에 이용만 당하는 꼴

‘경제난 해결’ 反정부 시위도
개혁 동력 주도권 상실 우려


미국과 이란 간의 충돌 속에 양측의 ‘대리 전쟁터’가 돼 버린 이라크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보복 공격을 감행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8일 바그다드 대사관 밀집 지역인 그린존이 또다시 로켓 공격을 받았다. 전날 미국과 이란을 향해 “주권 침해를 중단하라”는 촉구도 소용없었다. 이라크 내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고도의 보안지역조차 포연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에 통제력을 이미 상실한 이라크 정부는 분노와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이란이 공격 직전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은 채 미군이 있는 장소에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우리는 우리 영토 내의 어떤 공격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29일 미군이 이라크 내 미국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군사 시설을 전투기로 폭격하자 역시 주권 침해라고 항의했다. 외신들은 이라크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이른바 ‘균형 외교’로 국익을 도모하려 했지만, 역으로 어느 쪽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이라크는 미국으로부터는 재건 자금 지원과 군경 훈련 등 기술적 지원을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국내에 친이란 세력이 상존하고 민병대가 이란 혁명수비대로부터 기술적·인적 자원을 지원받는 등 이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부패 청산, 경제난 해결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석 달째 이어졌지만 이번 미·이란 충돌로 반미 시위 등으로 변질되거나 흐지부지돼 개혁의 동력이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정황은 같은 날 이라크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성명에서도 드러난다. 알 사드르는 성명서에서 “이라크 내 모든 민병대는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군사행동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군사행동 자체 촉구는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폭격으로 사망하자 “전사들이여, 마흐디군이여, 준비하라”라며 미국에 대한 무장 투쟁을 선언했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무기력함을 드러낸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알 사드르는 이라크 의회의 최대 정파 알사이룬을 이끄는 종교 지도자다.

박준우·인지현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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