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첫 성명서 “격추 배제”
두번째선 ‘격추’ 문구 삭제
서로 다른 성명서에 의혹 증폭
美·이란 분쟁에 ‘줄타기 행보’

이란 “美에 블랙박스 안넘겨”
폼페이오 “완전한 협력해야”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군사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시점에 테헤란 공항에서 이륙했던 여객기의 추락 사고를 겪은 우크라이나가 성명서를 통해 ‘격추 가능성은 배제한다’고 밝혔다가 곧바로 해당 문구를 뺀 새 성명서를 게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추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인데 양측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한 우크라이나가 분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줄타기 행보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란과 미국은 사고조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델로’에 따르면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오전 7시 15분 웹사이트에 게재한 첫 성명서에서 “현재로는 테러리스트 공격이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 성명서는 “해당 여객기가 기술적 결함으로 엔진 고장을 일으켜 추락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문제는 대사관이 이 성명문을 내리고 새로운 2차 성명서를 게재했는데 여기에는 이 문구가 빠져 있었다. 2차 성명서에선 “사고 원인은 위원회 조사 결과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사고 원인에 대한 (1차 성명을 포함한) 다른 성명은 모두 공식 발언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해당 사안에 대한 문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델로는 전했다.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기 위해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출발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소속의 보잉 737-800 여객기는 이륙한 직후 추락했고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졌다. 거의 같은 시점에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군사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성명서 교체는 이미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란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은 사고 조사를 위해 긴밀한 협조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란은 사고 현장에서 회수한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미국에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항공사고 조사에 관한 규칙은 국제민간항공협약인 시카고협약에 의거해 이란이 조사를 주도하고 항공기를 제조한 국가인 미국, 항공기를 운항한 항공사의 소속 국가인 우크라이나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이란이 이 중 미국 쪽과의 협력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어떠한 조사에도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어떤 주체와의 협력인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상 블랙박스 제공 거부 의사를 밝힌 이란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추락한 보잉 737-800 기종은 지난해 10월 동체 구조부에 균열이 발생한 사례가 전 세계에서 보고된 보잉 737NG 계열의 항공기다. 로이터통신은 “제트기 설계·제조 국가로서 미국은 조사에 대해 승인받을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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