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32명에 대한 인사는 ‘1·8 검찰 대학살’이라고 할 정도로 민주국가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인사 내용과 절차 모두의 측면에서 명백한 수사 방해이자 직권남용으로 봐야 할 정황이 뚜렷하다. 권력 비리를 수사한다는 이유로 수사 지휘부 전원을 지방과 한직으로 전출시킨 것이 인사 보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 않는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다”면서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아가 “그래야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고, 권력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1·8 검찰 학살은 이런 공언(公言)을 뒤엎은 자가당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검찰 개혁 등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하려 하지만, 친문(親文)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범죄 수사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공무원 임면권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라는 단서가 있고, 헌법 수호 및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 등 원천적 내재적 한계도 있다. 그런데 반년 전에 구성했던 검찰총장 참모진을 전원 바꿨다. 특정 지역 출신이 핵심 보직에 많이 기용된 것도 거슬린다. 이번 인사에 대해 법무부가 ‘고검장급 결원 충원’ ‘일선의 우수 검사 중용’ 등의 원칙을 밝혔지만, 친문 수사 방해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다.

절차적으로도 위법 소지가 충분하다.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다. 그런데 ‘패싱’했다. 총장에게 인사 내용을 알려주지도 않고 검찰인사위원회 30분 전에 법무부로 와서 ‘의견을 내라’고 통보하고, 응하지 않자 기다렸다는 듯 이 과정을 뛰어넘은 것은 불법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로 비친다. 청와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각각 ‘조국 사건’과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무지막지한 행태로 볼 때, 앞으로 더 황당한 일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윤 총장은 최선을 다해 권력 범죄를 수사하고, 좌천된 인사들도 와신상담의 자세로 견뎌야 한다. 그것이 권력 남용에 지지 않는 길이다. 검찰 조직 역시 ‘국민의 검찰’과 ‘권력의 주구(走狗)’의 기로에 섰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만약, 1·8 인사권 남용에 대한 고소·고발이 접수된다면, 그 역시 엄정히 수사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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