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조 경희대 교수·정치학 시장경제와민주주의硏 이사장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국회에서 열렸다. 청문회를 지켜보며 떠오른 것은 ‘교언영색(巧言令色)’과 ‘준비 부족’의 여덟 글자였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칭다운 정 후보자의 ‘매끄러운 말과 부드러운 얼굴빛’에 야당 의원들의 질문도 부드럽기만 했다. 지난달 17일 정 전 의장이 차기 총리에 지명되자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대통령제 국가에선 전례 없는 부적절한 인사라며 열을 냈던 야당은 이미 제기된 뻔한 질문으로 시종했다. 날카롭게 되묻는 순발력도 없었다.

단적인 예가 삼권분립 관련 공방이다. 전직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가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 후보자는 “삼권분립은 국회는 입법을 하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고, 사법부는 그 법을 적용하는 기능의 분리”라며 “입법부에 속한 사람이 사법부에 못 가고, 사법부에 속한 사람이 행정부·입법부에 못 간다는 이런 인적 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직 의장이 아니므로 문제 될 게 없다고도 했다. 여당 의원도 “이회창 전 감사원장·국무총리도 국회의원을 했다.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넘나든 사례”라고 거들었다.

맞는 말 같지만, 사실은 궤변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개 의원이 아니라, 입법부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대통령의 수하로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헌법이나 법률에서 금지돼서가 아니라,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입법부의 위상이 걸린 사안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행정부 공무원인 국무총리직을 맡는 것은 사실상 국회를 대통령의 하위기관으로 만드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며,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전직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국회 사무총장이 돼도 사법부나 행정부의 위상에 문제가 없겠느냐고 되받아쳐야 마땅하지만, 그런 발언을 하는 야당 의원은 없었다.

정 후보자가 정말로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존중한다면 자료 제출이 그렇게 부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 후보자는 친형에 대한 채무관계 누락, 증여세 탈루 의혹, 재산신고 누락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를 개인정보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자료 제출이 요구된 720건 중 437건을 제출해 제출률 60.7%를 보였다. 이낙연 전 총리 85.8%, 황교안 전 총리 78.7%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장이고 군대의 최고사령관이다. 언제든 선출된 독재자로 돌변할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제도가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을 통한 수평적 분권이다. 이 세 권력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대통령제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안전장치다. 뭐라고 둘러대든 전직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사람도, 이를 수락한 사람도 이 안전장치를 훼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바로 이 때문에 야당인 한국당은 임명에 반대한다. 하지만 범여권의 의석수가 160석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임명동의안은 표결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정 후보자는 국무총리가 되는 순간 최소한 소속 정당에서 탈당하고 국회의원직도 버려야 한다. 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려면 그리고 삼권분립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탈당과 사직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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