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에 대해 10개월째 ‘부진’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KDI는 9일 내놓은 ‘KDI 경제동향’(2020년 1월)에서 “일부 지표가 경기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아직 우리 경제는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매달 경제동향을 펴내는 KDI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국 경기 상황에 대해 ‘둔화’라고 평가했다가, 지난해 4월 이후부터는 ‘부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KDI는 특히 “투자와 제조업의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0%의 증가율을 기록, 전월(-3.6%)보다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KDI는 “변동성이 높은 선박과 항공기를 제외한 지난해 11월 설비투자(-2.3%)는 전월(-2.5%)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건설 투자에 대해서도 “토목 부문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건축 부문의 감소세가 지속하면서 부진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제조업에 대해서도 “생산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재고율이 높은 가운데 가동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KDI는 한국 경제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엿보인다는 진단을 내놨다. KDI는 “반도체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선행 지표의 상승세가 이어진 것은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하지만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직 경기 회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주요국의 낮은 성장세가 지속하고 경기 불안 요인도 다수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의 흐름이 불안해졌다고 진단했다. KDI는 “2020년 유가는 공급과잉 흐름이 유지되면서 2019년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올해 1월 들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국제원유 시장 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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