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섭 ‘신라의 달밤’
영화 ‘아마데우스’(1984)의 첫 장면은 화려한 빈 왕실이 아니라 음산한 분위기의 정신병원이다. 궁정음악가 출신의 노쇠한 살리에리가 고해성사 후 젊은 사제 옆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혹시 이 곡 아세요?” 하지만 신부는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인다. 계속해서 다음 곡이 연주된다. 모른다는 답변이 이어지고 살리에리의 실망감이 극에 달할 즈음 드디어 신부가 반색한다. “저 이 곡 알아요.” 하지만 그 음악은 평생 그를 질투의 감옥에 가둔 천재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였다.
취향에 등급을 매길 순 없지만 음악동네에도 모차르트적인 재능과 살리에리적인 욕망은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주 음악동네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았던 프로그램은 ‘미스터 트롯’(TV조선)이다. 왜 트로트인가. ‘니가 기쁠 때/내가 슬플 때/누구나 부르는 노래/내려 보는 사람도/위를 보는 사람도/어차피 쿵짝이라네’(송대관 ‘네 박자’ 중). 어떤 트로트에나 한(恨)과 흥(興), 두 가지 요소 중 하나가 존재한다. 억눌린 한이 있는가 하면 치솟는 흥이 있는 곳이 트로트의 세계다.
이번 주(6일) ‘가요무대’(KBS 1TV)는 ‘신인무대’라는 이름으로 꾸며졌다. 16명의 기대주가 등장했는데 거기엔 살리에리도 있고 모차르트도 있었을 거다. 노래채집가는 한 명을 주목했다. 우선 목소리가 희귀하다. 떨림 속에 묘한 끌림이 있다. 이름은 조명섭(사진), 1999년생이다. 몇 년 전 ‘스타킹’(SBS)에도 등장한 이력이 있다. 그때의 이미지는 ‘애늙은이’였다. ‘신라의 달밤’을 원곡처럼 불러서 현인 선생의 환생이란 말도 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면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그가 다시 등장한 건 ‘노래가 좋아’(KBS 1TV) 특집 ‘트로트가 좋아’였고, 거기서 그의 스토리를 차분히 들었다. “세상에는 부족한 사람이 참 많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나다. 내 인생이 빵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백점으로 향하는 데는 그를 키워준 할머니의 사랑이 있었다. “사랑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의사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아직은 천재성을 가진 예비스타인지, 그냥 흉내를 잘 내는 개인기 스타인지, 연기력이 탁월한 야심가인지 모호하다. 하지만 평론가의 중요한 역할은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20여 년 전에 나는 스타의 조건을 쌍기역 6개(꿈·꼴·꾀·끼·깡·끈)로 정리한 적이 있다. 목표(꿈), 생김새와 됨됨이(꼴), 처세의 지혜(꾀), 내재된 열정(끼), 담대한 용기(깡), 그리고 행운의 기회(끈). 조명섭은 6가지 요소를 조금씩 갖춰가는 중이다. 초심과 열심, 그리고 진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의 노래로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하나가 되는 세상’ 도 헛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