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권력의 이성(理性)을 잃은 듯한 인사에 ‘필마단기’로 맞서는 형국이 됐다. 불과 5개월여 전인 지난해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윤석열 총장’이라고 격려하면서 배우자에게 직접 꽃다발까지 수여했을 때, 누구도 오늘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검찰총장 임명 전부터 윤 총장은 ‘사람과 권력에 대한 충성 아닌 국민’을 강조해왔고, 문 대통령은 ‘우리 청와대, 정부, 집권 여당에 대한 엄정한 자세’까지 당부했기에 더욱 그렇다.

윤 총장 앞에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 임명된 대검찰청 간부와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오는 13일 업무를 시작한다. 추가 인사도 예상된다. 중요한 고비에 접어든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 울산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 수사는 물론 조국 일가 비리의 공소 유지 및 추가 수사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더라도 윤 총장이 굴복해선 안 된다.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정도(正道) 수사를 관철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간신의 모함과 선조의 무능 때문에 온갖 고초를 겪었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나중에 12척의 전선(戰船)만 남았을 때에도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면 할 수 있다’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법치와 검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총장은 각지로 흩어질 대검 참모들에게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해달라”며 “나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사 이후에도 필요한 소환 조사 및 압수수색 등을 했다.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홧김에라도 사표를 제출한다면 불의와 불법을 거드는 일이다. 새로 기용된 검찰 간부들은 물론 일선 검사들도 책임 의식이 투철하다면,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윤 총장은 지난 7월 25일 취임사에서 “형사 법 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권력”이라면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선 안 된다.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이런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고 했다. 그대로만 하면 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