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검찰 대학살로 권력범죄 수사 지휘부를 해체한 문재인 정권이 이젠 당·정·청이 총동원돼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抗命) 사태’인 양 포장하려 하고 있다. 민주국가의 법무부 장관이 ‘지시’ 아닌 ‘명(命)’이라고 한 것부터 부적절하지만, 항명이라는 주장 자체가 근거를 찾기 어렵다. 그런 측면이 일부 있더라도, 본질인 인사권 남용과 수사 방해라는 죄상(罪狀)에는 전혀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침소봉대와 본말전도 차원도 넘어 혹세무민 수준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법무장관에게 전화하는 사진까지 공개한 것부터 정상이 아니다. 이 총리는 9일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인사 과정에서 검찰청법이 정한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유감”이라며 “검찰 사무의 최고 책임자로서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감찰 및 징계 절차를 밟으라는 얘기다. 국회에 나온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고, 여당은 “엄히 다스려야 할 중대한 공직 기강 해이”라고 호응했다. 검찰총장은 임기가 2년 보장돼 있어 법무장관의 징계 요청에 따라서만 파면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만큼, ‘항명 몰이’ 총력전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법과 관례를 위반해 되레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추 장관이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 규정은 검찰의 중립·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강제 규정이다. 역대 장관과 총장이 인사 문제를 법무부 소유의 제3의 장소에서 협의해온 관례도 이런 취지 때문이다. 그런데 추 장관은 검찰인사위 30분 전에 법무부 청사로 호출했다. 일방 통보를 분식(粉飾)하기 위한 꼼수다. 검사의 주요 보직을 반 년도 안 돼 바꾸고, 또 중간 간부 및 실무 검사들까지 ‘학살’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문 정부 스스로 정한 ‘필수보직 기간 1년’도 깨뜨릴 태세다.

추 장관은 물론, 이번 인사를 주도한 청와대 인사들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정성진 전 장관은 “검찰을 악으로 보는 것 같다”고 개탄했고, 진보 학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총장 항명이 아니라) 권력을 사유화한 당신들이 도둑”이라고 했다. 이게 민의(民意)다. 권력으로 불법을 오랫동안 덮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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