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면 멕시코 중부서 서식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곤충
폭풍·무더위에 수만마리 폐사


멕시코 중부의 초록 숲이 온통 오렌지빛으로 뒤덮인다. 나뭇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나비들이 쉴 새 없이 날개를 파닥인다.

군주나비(Monarch butterfly)는 여름철 주로 미국 북부와 캐나다, 가을과 봄에 미국 남부에서 서식하다 추워지면 수천㎞를 날아 따뜻한 멕시코 중부의 숲으로 이동한다. 최적의 생활환경을 찾기 위해서다. 전나무에 내려앉은 나비 무리의 오렌지빛 날갯짓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평생 군주나비를 연구해 온 링컨 브라우더는 “멕시코에 서식하는 군주나비 무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이로움”이라고 감탄했다. 멕시코 중부 로사리오는 군주나비를 보기 위해 세계 전역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다. 로사리오인들은 이곳에서 수백 년간 나비들의 날갯짓을 지켜봤다. 스페인 정복 이전에 만들어진 토기에도 군주나비 형상이 새겨져 있다. 이곳 전역의 축구팀과 학교, 회사들의 이름도 군주나비를 따서 지었다. 로사리오 사람들은 군주나비를 ‘천사’라고 부르며 기렸다고 한다. 마을을 지키는 영혼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도 이 나비를 지켜야 한다고 후손들에게 당부했다. 미국 과학자들은 군주나비의 멕시코 서식을 발견하는 데만 꼬박 100년이 걸렸다.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군주나비의 생살여탈권을 ‘기후변화’가 쥐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곤충 중 하나로 꼽히는 군주나비가 이동할 때는 12∼21도의 온도, 약간의 비와 수액이 필수적인데 기후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주나비 개체 수가 지난 20년간 빠르게 감소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어류·야생동물보호협회는 1990∼2015년 약 10억 마리의 나비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집단 이동하는 군주나비의 특성상 기후변화가 초래한 극심한 한차례의 폭풍이나 무더위에도 개체 수가 급감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전체 군주나비의 약 95%가 멕시코 숲으로 집단 이동하는데 2002년에는 이 지역에 폭풍우가 몰아쳐 나비의 75%가 폐사했다. 2012년에는 무더위로 수만 마리가 사라졌다. 멕시코의 세계야생생물기금 관계자는 “군주나비는 이주 모든 단계에서 기후변화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중서부 여름 기온은 치솟고 텍사스의 수액도 말라버렸다. 따뜻한 멕시코에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오클라호마주와 캔자스주 기온이 치솟아 나비들은 또 다른 생명의 위협을 맞았다. 125년 만에 두 번째로 높았던 9월, 높은 기온이 나비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군주나비의 이동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관련기사

김윤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